재일동포 오충공(59) 감독
다큐 제작 재일동포 오충공씨
“6000명 희생…깊은 트라우마
일본내 인종차별 경종 울려야”
“6000명 희생…깊은 트라우마
일본내 인종차별 경종 울려야”
관동(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인 재일동포 오충공(59·사진) 감독은 당시 사건을 국가권력이 다른 민족을 잔혹하게 대량 학살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오 감독은 어렸을 때 아무런 이유 없이 일본 학생들로부터 조롱과 돌팔매질을 당한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이 일어난 1920년대나 수십년이 지난 이후에도 재일동포에 대한 일본인의 차별은 뿌리깊다. 차별은 다수 일본 학생의 소수 조선인 학생에 대한 폭력 행사로 이어졌고, 심지어 일본인 대학생이 조선인 초등학생을 때리기도 하는 등 폭력은 남녀노소 대상을 가리지 않고 가해졌다.
재일동포들은 차별이 두려워 일본인으로 귀화해 살아가거나, 아니면 정면으로 맞서 재일조선인·한국인으로 살아가거나 2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다. 오 감독은 후자의 길을 택했다.
그는 영화학원에 다니며 70년대 극우 성향의 일본인 고교생·대학생들의 조선인 폭력 사건에 대한 다큐 제작을 시작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영화를 통해 사회에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는 졸업작품으로 관동 조선인 학살 사건의 영화화를 택했다. 82년 관동대지진 발생 60돌을 맞아 학살 현장 중 한 곳인 도쿄도의 아라카와 하천 부지에서 희생된 조선인 유골을 시험발굴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오 감독의 첫번째 작품 <숨겨진 손톱자국-도쿄 아라카와 제방 주변으로부터 시타마치에 이른 학살>은 그 발굴 현장에서 굉음을 내며 발굴 작업을 하는 포클레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지진이 일어나자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켜 약탈과 강간을 일삼는다는 헛소문이 떠돌았고 일본군과 경찰, 시민 등에 의한 조선인 학살이 시작됐다. 공사에 동원된 많은 조선인이 하천 부지 인근에서 학살당했다. 오 감독은 아라카와 하천 부지 학살 현장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재일동포 1세대 조인승씨와 유언비어를 믿고 학살에 가담했던 가해 일본인의 인터뷰를 번갈아 편집해 당시 상황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보여준다.
그의 의문은 ‘왜 그런 헛소문이 사실인 것처럼 일본인들 사이에 빠르게 퍼졌고, 일본인들은 그 유언비어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는가. 또 조선인을 그렇게 잔인하게 집단살해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조씨는 영화에서 “일본인도 일본 정부도 과거에 한 일을 했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자꾸만 덮어서 감추려고 하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시끄러운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죽은 사촌 형의 유골만이라도 어디 묻혀 있는지 알았으면…”이라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조씨는 유골을 끝내 찾지 못한 채 고인이 됐다.
오 감독은 “전쟁도 아닌 상황에서 한 민족이 다른 민족에 의해 6000명 이상 죽임을 당했다는 것은 엄청난 비극”이라며 “외교적·국가적·법적으로 해결을 해야만 일본에 만연한 뿌리깊은 인종차별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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