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로 느낀 고통 잊을 수 없어 교황께서 잘 헤아려주리라 믿는다”

오스트레일리아인 위안부 피해자 얀 루프 오헤른(91) 할머니

호주인 위안부 피해 오헤른 할머니
건강탓 한국 못와 메시지 전해
“아베는 범죄자…진정한 사과를”

“전세계가 다 아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감히 어떻게 부인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일본 정부의 행태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범죄자이며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인 위안부 피해자 얀 루프 오헤른(91·사진) 할머니는 26일(현지시각) 애들레이드 자택에서 한국 초청을 위해 방문한 김봉현 주오스트레일리아 한국대사 일행에게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는 아베 정권의 행태에 대한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새달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해 달라며 “일본군이 나에게 했던 행위는 용서했지만, 결코 잊을 수는 없을 것”이란 내용의 친필 메시지를 김 대사에게 전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면담을 추진하면서 그의 서울 방문을 제안한 한국 정부의 초청에 응하지 못하는 대신 자신의 뜻을 문서로 남긴 것이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나도 교황을 보고 싶지만 건강이 썩 좋지 않아 장거리 여행이 어렵다.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면 완전히 기진맥진해버린다. 나이가 아흔이 넘었고, 왼쪽 다리도 그다지 좋지 않다. 의사의 권고도 있었고…. 아쉽지만 한국에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교황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뭘까. “교황께서 일본군의 야만적 행위를 감내해야 했던 위안부 여성들의 엄청난 고통을 잘 헤아리시리라 믿는다. 예수가 그랬듯이 나도 그들(일본군)을 용서할 수 있었고, 용서만이 유일한 치유의 길이었다. 하지만 결코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위안부로 끌려가 맨 처음 당했을 때의 고통을 지금도 느낄 수 있다”며 증언을 이어갔다.

“그 세대가 모두 그랬듯이, 위안부로 끌려간 많은 여성도 성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태였다. 성노예 생활을 하면서 당할 때마다 한 번도 저항을 안 한 적이 없었지만 그들은 옷을 찢고 발로 짓밟으면서 나를 겁탈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들은 오히려 그런 것을 즐겼던 것 같다. 한번은 성병 검사를 하러 온 일본인 의사에게 상부에 알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그 의사에게도 강간을 당했다. 그 뒤로 의사들을 싫어하게 됐다. 또 일본군들이 위안부 여성마다 꽃 이름을 붙여 불렀기 때문에 한동안 꽃 선물을 받는 걸 두려워하기도 했다. 이제는 괜찮아졌지만….”

일본의 고노담화 수정 시도에 대해 오헤른 할머니는 “아베 총리는 범죄자다.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한다. 일본이 역사를 은폐하려 하고 있으며, 그래서 내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미래에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일본의 역사 교과서에도 위안부 관련 사실이 수록돼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 손녀도 그런 역사를 배워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