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l 중·러·몽골 ‘대륙의 길’ 3각 협력
대륙의 길과 거대 에너지 협력-신 대륙주의 시대가 열리는가.
지난 5월 창간특집으로 ‘떠오르는 환동해’라는 주제로 두만강 3각 지대의 중국·러시아와 동해쪽 일본 그리고 동해로의 출구를 모색하는 몽골을 현지 취재했다. 그에 이어 지난 6월 중순에서 7월초까지 보름 동안 ‘대륙의 길’을 둘러봤다. 앞서의 취재가 바다로의 출구전략을 통해 만나는 환동해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취재는 중국·러시아·몽골 등 동아시아 대륙의 국가들이 변방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가는 3각 협력에 초점을 뒀다.
현지 취재는 아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몽골의 울란바토르를 기점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한정해 크게 세갈래로 구분했다. 하나는 울란바토르 북쪽 방향으로 러시아쪽 국경지역(수흐바타르-나우시키,알탄불락-캬흐타)을 넘어 울란우데를 통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통해 동해로 가는 루트다. 다른 하나는 울란바토르 남쪽 방향으로 중국과의 국경지역(자민우드-얼렌하오터) 철도를 거쳐 내몽골 베이징 텐진으로 이어지는 루트다. 마지막으로 이 두 루트 사이를 관통하는 동몽골 초이발산에서 몽골·러시아·중국의 3국 국경인 자바이칼스크-만저우리를 통해 동북 3성(창춘~지린~투먼)로 이어지는 제3의 길이다. 광역두만강계획(GTI)이 추진하는 중점 협력사업이기도 한 이 루트는 중몽대통로 또는 러시아 북한을 잇는다 해서 중몽조로 대통로로 부르기도 한다.
크게 보면 아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유럽과 연결하는 루트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다. 대륙의 중심부에서 남북으로 길게 뻗은 몽골종단철도가 이를 중간에 이어주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어느 경로를 통해 갈 것인가를 두고 러시아·중국·몽골 등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다양한 경로의 길을 만들어내며 궁극적으로는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묶어가는 협력의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과거의 실크로드도 단순한 교역의 루트가 아니었다. 문명이 만나는 공간이자 면들의 연속으로서 교류 협력의 공간이었다. 그렇듯이 길은 선이 아니다. 철도 도로는 에너지와 물자의 유통을 통해 면으로 확대되며 거대한 협력의 공간으로 발전한다.
켄트 칼더 라이샤워동아시아연구센터 소장은 인도 중국의 놀랄만한 성장을 바탕으로 “실크로드 시절 이후 서로 전혀 연결되어 본 적이 없는 광대한 아시아 대륙의 개별국가들이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철도, 파이프라인, 고속도로, 전력망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신 대륙주의의 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지난 5월 세기의 협상으로 불리는 중국과 러시아 간의 4천억달러(410조 2천억원)에 이르는 가스공급 협상 타결은 이미 예견됐던 유라시아 에너지 동맹의 과정이다. 지금 몽골· 중국·러시아 간에는 몽골을 관통하는 가스관 사업과 대규모의 석탄액화가스 사업 등 3각 에너지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또 중국이 동북3성 진흥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창지투 개발개방선도구 계획에 따라 서쪽으로는 내몽골을 통해 대륙으로, 동쪽으로는 북한을 통해 바다로 나아가며 만주·시베리아·몽골이 서로 연결되고 있다. 이 또한 그 흐름의 한 부분일 것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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