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외교장관, 유엔본부 회담
위안부 문제 기존 입장 되풀이
정상회담 논의 진전 없이 끝나
위안부 문제 기존 입장 되풀이
정상회담 논의 진전 없이 끝나
‘정부 당국자간 만남의 횟수가 잦았지고 급도 올라갔지만, 내용적으로는 아직 진전이 없는 상태.’ 정부 관계자들 및 외교 전문가들은 현재 한-일 관계를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윤병세 외교장관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윤 장관과 기시다 외무상의 이번 회동은 유엔이라는 다자무대에서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지난 8월 초 미얀마 아세안지역포럼(ARF) 회동 이후 불과 한달반 만에 이뤄진 것이다. 게다가 정기회동 형태를 띤 한-일 국장급 회의가 이어지고 있고, 지난 19일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를 통해 아베 신조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 친서를 전달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수준의 한-일 외교채널 가동이 예정돼 있다.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한-일 관계가 복원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돌파구 없이는 한-일 관계 복원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단기적으론 낙관하기 어렵다. 정부 소식통은 “정상회담까진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충분한 사전 정지 작업이나 준비 작업이 없으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 외교장관은 이날 뉴욕회담에서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윤 장관),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기시다 외무상)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위안부 문제와 별개로 한국과 일본 정부가 별다른 이견없이 다양한 수준의 외교 접촉을 대외에 보여주는 것은 △한-미-일 삼각 안보 구축을 위해 한-일 관계 복원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을 완화할 필요성 △두 국가가 서로 너무 폐쇄적이라는 국제여론을 돌릴 필요성 등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우리 정부는 장기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일본 내부에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지 못하면 정부간에 위안부 문제가 타결돼도 일본 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윤 장관은 이날 오후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 외교장관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 쪽과) 접점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항상 문은 열려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우리가 만날 수 있으며 양측의 상호관심사에 대해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일정이 너무 많은 점, 그리고 북한 대표단의 활동을 정확히 알 수가 없는 점 등으로 인해 만남을 성사시키는 게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용인 기자, 유엔본부(뉴욕)/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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