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신문 기자 출국금지 연장 문제 놓고
일본 기자-외교부 대변인 날선 공방 벌여
“한국이란 나라, 인권 국가라 할 수 있나”
“도전하는 식의 발언, 상당히 불쾌하다”
일본 기자-외교부 대변인 날선 공방 벌여
“한국이란 나라, 인권 국가라 할 수 있나”
“도전하는 식의 발언, 상당히 불쾌하다”
“질문 받으시죠!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란데.”
16일 오후 브리핑룸을 떠나려는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의 등에 대고 한국인 기자가 소리쳤다. 나무라 가타히로 <산케이신문> 편집위원은 질문을 하겠다며 손을 든 상태였다. 다른 기자들이 “질문 받으세요”라고 거들었다. ‘언론의 자유’는 이틀 전 브리핑에서 노 대변인이 ‘한국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며 쓴 용어다. 노 대변인은 다시 돌아와 단상에 섰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서울지국장과 같은 회사 소속인 나무라 위원은 가토 전 지국장의 출국금지 3개월 연장을 들어 “인권 문제 아니냐”라고 물었다. 노 대변인은 “외교부 대변인이 답변드릴 사안은 아니고 그 문제에 대해 의문이 있으면 법무부에 가서 문의하라”고 응했다. 외교 현안이 아니라 국내법의 법 절차’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나 나무라 위원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인권 국가라고 분명히 할 수 있는가. 실례지만”이라고 말했다. 노 대변인이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선생님 생각은 어떠한가”라고 물었고, 나무라 위원은 “그렇게 믿고 싶다. 그게 확인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이에 “인권 국가다”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일본 매체 기자들로부터 가토 전 지국장의 출국금지에 관한 질문 공세를 받아야 했다. 사실 8월초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외교부 정례 브리핑이 있는 매주 화·목요일마다 펼쳐지는 풍경이다.
한 일본 기자는 “일본 정부 쪽에선 이것이 보도의 자유 문제를 떠나 인도적인 면에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관방장관의 언급이 있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발언도 나왔다”며 생각을 물었다. 또 다른 기자는 “대통령부(청와대)의 당국자가 한국 언론에 ‘이 문제에 관해 민사적 형사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식으로 발언했기 때문에 순수히 법적인 문제라고 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외교 문제로 발전할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대변인의 생각을 묻고 싶다”고 질문했다.
노 대변인은 끝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질문의 자유에도 한계는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 와서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에 도전하는 식의 발언, 의문을 제기하는 식의 발언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외교부 대변인이 하는 정례브리핑에 걸맞은 질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도전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식의 발언은) 예의 바른 일본분들이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변인은 브리핑 도중 <산케이> 나무라 위원의 질문을 받지 않고 브리핑룸을 나가려 했던 데 대해 “제가 답변드릴 사항은 아닌 것 같아서, 의미 없는 질문과 답변이 오갈 것 같아서 그만두자고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은 27분여 동안 진행됐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 외교부 대변인과 일본 기자의 날선 공방이 오간 브리핑 전문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 주요 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한국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는 소식을 9일 지면에 실었다. 2014.10.9 /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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