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당분간 힘들듯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를 예방한 일본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는 한-일 관계를 해결하는 첫 단추이며, 피해자와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는 퇴행적인 언행이 반복되지 않는 게 양국 신뢰를 쌓는 데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박 대통령을 만난 일본 의원들은 한일의원연맹 합동 총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등 13명이며, 이들은 ‘대화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메시지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박 대통령이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들고 온 일본 정계 인사들을 면전에 두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전향적 조치가 없는 한-일 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뜻을 확실히 못박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또 “과거 정상회담 개최 뒤 오히려 관계가 후퇴했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진정성 있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양국의 어떤 현안과 문제들을 적당히 넘어가다 보면 이것이 다시 악화돼 악순환이 반복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런 것을 우리 세대에 바로잡아서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탄탄하게 나갈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갔으면 한다. 우리들은 미래 세대에 정상적인 한-일 관계를 물려줘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11월 예정된 국제회의에서 개최 가능성이 거론됐던 한-일 정상회담이 이미 물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19일 박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오는 가을 국제회의를 계기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며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일본 정부도 정상회담이 힘들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 국장은 최근 아베 총리에게 ‘다음달 국제회의를 이용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가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야치 국장이 ‘현 상황에서는 총리의 사죄나 정부 예산을 사용한 “보상” 등 일본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뜻을 한국 쪽에 밝혔다”고 전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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