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쪽 압박 가능성에 경계
일각선 ‘유연한 대응’ 주문
일각선 ‘유연한 대응’ 주문
중국과 일본이 관계개선에 합의하고, 다음주 중-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한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아베 내각의 영토·과거사 도발에 대해 우리보다 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중-일 정상회담에도 부정적이던 중국이 일본과 손을 잡는 모양새가 연출되면 한·중·일 3국간 외교 지형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그동안 과거사를 고리로 중국과 대일 강경노선의 보조를 맞춰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성의가 없는 한 한-일 관계의 전면적 개선은 어렵다며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는 일본을 외면해왔다. 한국은 아직 일본과 정상회담을 열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중-일 정상회담이 한-일 관계에 특별한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달렸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일 관계나 중-일 관계에는 각각 나름의 관계가 있다. 중-일 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우리만 외톨이 되는 것 아니냐’고 볼 일이 아니다”라며 “중-일 정상회담을 한다고 우리가 기본 원칙을 버리고 허겁지겁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입장에는 이번에 중-일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중-일 관계가 전면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문제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과 역사 퇴행적인 인식을 보이는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사이에는 뛰어넘기 어려운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본이 이번 중-일 정상회담을 한국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연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중국이 다음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국이기 때문에 일본과 정상회담을 안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서도 “한국 정부로선 부담이 커진 측면은 있지만, 중심을 잡고 전략적 입장에서 조금 상황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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