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가회의센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박 대통령-오바마 만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두 정상 간 세번째로 열린 이날 회담은 회담 직전까지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데다, 이례적으로 배석자 없이 20분 동안 ‘약식’으로 진행됐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에 대한 한국의 지지 선언 등에 대해 미국 정부가 불편한 의중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회담 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 쪽의 북핵 불용에 대한 의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고 평가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관련 국가들의 단합된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두 정상이 두 나라 사이 현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유익한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정상이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눈 시간이 20분에 불과할 정도로 짧아서, 한-미 간 주요 현안인 ‘북핵 문제’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이후 군사공조 방안’,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박 대통령 취임이후 세번째
처음으로 통역만 배석 한국 적극 요청으로 막판 성사
오전까지도 시간 못정해 우왕좌왕 ‘중에 치우치는 듯한 경제외교
배경 설명하는 자리’ 분석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짧게’라도 만난 이유가 실제로는 중국에 치우치는 듯한 한국의 경제외교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는 자리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중 자유무역협정 타결을 선언한 데 이어, 이날 정상회의 세션1 선도발언을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아태자유무역지대는 미국이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미국 쪽은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은 이번 아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태자유무역지대 타결 목표 시한을 명시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좌절시키는 등 양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으로선 전작권 환수 연기 등 안보 분야를 미국에 의존하는 데 반해, 경제적으로는 중국 쪽에 치우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설명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아태자유무역지대의 세부 역점 과제로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취한 바 있는데,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는 미국이 예민하게 견제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미-중의 경제 패권 경쟁에 낀 한국으로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선택인 셈이다. 이날 한-미 정상회담 뒤 ‘두 정상이 한-미-일 3국 간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발표가 나온 것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쪽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약식 정상회담이 오전까지도 정확한 시간을 결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 것도 미국 쪽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쪽은 전날 밤까지도 오바마 대통령의 11일 공식 일정표에 박 대통령과의 회담 관련 사항을 포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고, 청와대도 회담 직전까지 성사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다. 실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오늘 회담을 개최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미국과) 조율 중이지만, (정상회담 개최를) 100%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브리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 대변인은 “애초 배석자를 두고 하는 정식 회담 형식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미리 알려드린다. 역대 사례를 보면, 정상회의 중간에 두 나라 정상들끼리 따로 만나거나, 소파에서 (잠시) 만나거나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이 한국이 적극적으로 요청해 막판에 성사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베이징/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처음으로 통역만 배석 한국 적극 요청으로 막판 성사
오전까지도 시간 못정해 우왕좌왕 ‘중에 치우치는 듯한 경제외교
배경 설명하는 자리’ 분석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짧게’라도 만난 이유가 실제로는 중국에 치우치는 듯한 한국의 경제외교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는 자리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중 자유무역협정 타결을 선언한 데 이어, 이날 정상회의 세션1 선도발언을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아태자유무역지대는 미국이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미국 쪽은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은 이번 아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태자유무역지대 타결 목표 시한을 명시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좌절시키는 등 양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으로선 전작권 환수 연기 등 안보 분야를 미국에 의존하는 데 반해, 경제적으로는 중국 쪽에 치우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설명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아태자유무역지대의 세부 역점 과제로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취한 바 있는데,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는 미국이 예민하게 견제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미-중의 경제 패권 경쟁에 낀 한국으로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선택인 셈이다. 이날 한-미 정상회담 뒤 ‘두 정상이 한-미-일 3국 간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발표가 나온 것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쪽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약식 정상회담이 오전까지도 정확한 시간을 결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 것도 미국 쪽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쪽은 전날 밤까지도 오바마 대통령의 11일 공식 일정표에 박 대통령과의 회담 관련 사항을 포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고, 청와대도 회담 직전까지 성사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다. 실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오늘 회담을 개최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미국과) 조율 중이지만, (정상회담 개최를) 100%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브리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 대변인은 “애초 배석자를 두고 하는 정식 회담 형식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미리 알려드린다. 역대 사례를 보면, 정상회의 중간에 두 나라 정상들끼리 따로 만나거나, 소파에서 (잠시) 만나거나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이 한국이 적극적으로 요청해 막판에 성사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베이징/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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