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 부산 연제구 중앙대로 국제신문 강당에서 열린 ‘부산 시민과 함께하는 통일토크쇼’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호 부경대교수, 정세현ㆍ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문정인 연세대교수.
부산/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박근혜 정부 통일정책 잘못됐다”
부산시민과의 ‘통일토크쇼’서 질타
정세현 “선행동 등 조건 걸면 안돼”
이종석 “경협없이 긴장완화 어려워”
임동원 “북 핵무기 가져도 공격 못해”
부산시민과의 ‘통일토크쇼’서 질타
정세현 “선행동 등 조건 걸면 안돼”
이종석 “경협없이 긴장완화 어려워”
임동원 “북 핵무기 가져도 공격 못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통일부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을 한목소리로 질타하면서 ‘경협에 기반한 통일 과정’과 조속한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 등을 제안했다.
한반도평화포럼과 ‘자치21’ 등의 공동주최로 지난 19일 저녁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부산 시민과 함께하는 통일토크쇼’에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방법론이 없다고 평가했다. 정 총장은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임에도 남북관계가 경색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처럼 좋은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 말만 화려하게 하면서 진정성이나 선행동 등의 조건을 내걸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남북관계가 잘 안풀리면 한-미관계도 한-중관계도 잘 되지 않는다”며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데, 단추가 어딨는지도, 뭐가 단추인지도, 뭐가 구멍인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도 정부가 5·24조치의 해제를 위해 북한에 요구하는 선‘사과’에 대해 “경험상 북한이 4년 반 동안 안 했다고 주장한 것을 사과한 적이 있었냐. 앞으로도 못할 것”이라며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5·24조치 해결안되면 남북간 개선될 영역이 대단히 제한된다”며 “대규모 인도주의지원도 끊어지고 경제협력도 끊어졌는데 군사적 긴장 완화를 기대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북핵 문제가 남북관계 개선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시각에도 이들은 반대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 해도 공격용으로는 사용할 수는 없다. 자기멸망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핵무기는 외부 위협에 대한 억제용이고 협상용이다. 또 두려워하는 자에 대한 협박용이다.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세명의 전직 장관들은 경제 협력에 기반해 남북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일치했다. 임 이사장은 “북한은 기존의 경제특구에 더해 외국 투자 유치를 위해 최근 13개의 지방경제개발구를 설치했다”며 “우리도 경제적 접근을 서둘러야 한다. 북한경제 개발 참여는 남북의 공동이익일 뿐 아니라 통일비용을 절감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도 1994년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김일성 주석과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던 시절의 일화를 예로 들며 이에 동의했다. 그는 “당시 참모들의 기본 대책은 ‘돈 주고 안보 삽시다’였다”며 “주한미군 철수나 연방제 통일방안 등에 대한 얘기는 대꾸도 하지말고, 그냥 돕겠다는 말만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우리쪽에 가장 위협이 되는 장사정포를 “(휴전선) 뒤로 물리면 도와주겠다”는 게 기본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 임 이사장은 “동북아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공동경영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며 “한반도 문제가 미-중 갈등과 분쟁의 빌미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서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법으로 남과 북이 주도해 미-중과 함께하는 4자평화회담을 제안했다.
부산/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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