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와 국학원 회원들이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고구려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고 하는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한국 고대사의 한나라 영지들’ 발간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에
심사 절차 누락한 채 지원”
‘한국 고대사의 한나라 영지들’ 발간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에
심사 절차 누락한 채 지원”
교육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이 한반도가 과거 중국 한나라의 지배 아래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외국대학의 논문집 발간에 심사 절차도 밟지 않고 수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가 감사원의 주의 조처를 받았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재야 역사학계 등에선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으라고 만든 기관이 동북공정 논리를 조장하는 활동에 혈세를 쏟아부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9일 동북아역사재단의 예산집행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에서 “재단이 2007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미국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의 ‘한국고대사 연구지원사업’에 사업비를 지원하면서 2차례나 심사절차를 누락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매년 예산 지원에 앞서 전년도 연구실적과 다음해 연구계획을 평가·심사해야 하지만 이를 누락한 채 25만달러를 지원했다. 다만, 감사원은 연구 내용의 적절성에 대해선 역사학계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예산 집행 과정만 들여다봤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4월 재야 역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식민사학 해체 국민운동본부’가 공익감사를 청구한 데 따라 이뤄졌다. 국민운동본부는 재단의 예산지원으로 하버드대학교가 2013년 12월 발간한 <한국 고대사의 한나라 영지들>이라는 논문집이 한군현 중 하나인 낙랑군의 위치를 대동강 주변으로 제시하는 등 식민사관과 동북공정 논리를 따르고 있다며 감사를 청구했다. 당시 이종찬 국민운동본부 대표(전 국정원장)는 “중화 패권주의와 일제 황국사관으로부터 우리 역사를 지키라고 만들어준 동북아역사재단이 중국 동북공정 심부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북아역사재단 쪽은 “심사절차 누락은 명백한 행정착오”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논문 내용과 관련해선 “문제된 부분은 6권으로 된 논문집 중 단 한 편에서 미국 학자가 고대 한군현 지도를 인용한 것에 불과하고, 감사원에서 국사편찬위원회에 질의한 결과 ‘학계 통설’로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대목”이라며 “문제제기 뒤 사업 지원도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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