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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핵연료 재처리 연구 단초 열려…우라늄 농축은 계속 ‘불허’

등록 2015-04-22 21:40수정 2015-04-22 22:13

22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원자력협정 가서명식에서 박노벽 외교부 개정협상 전담대사(오른쪽)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2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원자력협정 가서명식에서 박노벽 외교부 개정협상 전담대사(오른쪽)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미 원자력협정 40년만에 개정
이번에 전면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절충된 결과로 풀이된다. 사용후 핵연료와 우라늄 농축 등에 대한 폭넓은 자율성을 요구해온 한국과 핵무기 제조 등 핵확산을 우려하는 미국이 나름 서로 한발씩 양보한 것이다. 그러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 허용하지 않으면서 추후 한-미 간 협의체를 통해 해결하기로 사실상 떠넘겼다.

2010년 10월 시작된 한-미 간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의 허용 여부였다. 1972년 맺어진 기존의 원자력협정은 미국이 제공하는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나 ‘형상·내용 변경’에 대해 미국의 사전동의 없이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경우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또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선 규정조차 없다.

한-미 이해관계 절충 결과
‘건식 재처리’ 전반부 장기동의
‘습식 재처리’는 전혀 허용 안 돼
미 플루토늄 추출우려 반영

우라늄 농축 등 민감문제
‘추후 협의체’로 미뤄

외교부 “미 일방적 통제서
상호 권한행사 보장…진전”

이에 대해 한국은 그동안 협상에서 좀더 포괄적인 자율성을 요구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모든 사용후 핵연료 활동에 대해 건별로 또는 5년 단위로 미국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원자력 발전을 위한 연구 활동이나 원자력 안전 관리에도 제약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 협정에서 미국이 사용후 핵연료의 방사성 물질 특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후시험’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방식)의 전반부 공정인 ‘전해환원’ 등을 장기 동의해준 것은 한국 쪽의 이런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협정에 농축과 재처리 등 제반 원자력 활동에서 한-미가 서로 상대방의 원자력 프로그램을 존중하고 부당한 방해나 간섭을 해선 안 된다는 의무 규정이 포함됐다”며 “일방적 통제가 아닌 한-미 간 상호 권한 행사를 보장한 것은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등 포괄적인 핵주기 활동에 대한 제약은 여전히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습식 재처리인 ‘퓨렉스’(PUREX)는 불가능하다. 이를 통해 추출되는 플루토늄이 핵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또 이번 협정에 미국의 장기 동의를 받은 전해환원은 파이로프로세싱의 첫 공정에 불과하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자로에서 다 쓰고 남은 핵연료를 해체·절단하고 분말화한 뒤 전기분해를 통해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을 회수하는 공정으로, 이 중 전기분해는 차례로 전해환원-전해정련-전해제련 등의 공정을 거친다.

다만 장래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의 재처리 허용 가능성은 열어뒀다. 10년 기한으로 2011년 7월부터 한·미 공동의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이 공동연구 결과 파이로프로세싱이 핵무기에 전용될 물질을 생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이를 추후 구성될 차관급 상설협의체인 ‘한·미 고위급위원회’에서 협의해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 결과 기술적 타당성, 경제성, 핵 비확산성 등 세부 기준과 구체 절차에 따라 파이로프로세싱 활동에 대해 한·미 간 장기 동의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 연료인 우라늄의 농축도 여전히 불가능하다. 그동안 한국은 20% 미만의 저농축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협정은 파이로프로세싱과 마찬가지로 향후 고위급위원회에서 일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다뤄나가기로 미뤄두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세계 농축 우라늄 시장이 안정적이라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며 “시장의 수급불균형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미국의 원전 연료 공급 지원 규정과 비상공급 지원 협의 규정 등을 마련해 뒀다”고 말했다.

또 사용후 핵연료를 한·미가 합의하는 제3국에 보내 상업적으로 해외 위탁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은 핵폐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의 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에서 재처리된 핵물질의 국내 반입은 여전히 미국의 사전 동의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 “이번 가서명으로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자율권을 확보한 것처럼 알려지고 있지만, 방사능 오염이 확대되고 핵확산으로 평화를 위협하는 재처리 기술에 대해 접근의 길이 열린 것은 자랑거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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