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위안부 논의 입장 불변” 불구
박 대통령, 6월부터 방향선회 뜻
한·일·중 정상회의때 열릴 가능성
박 대통령, 6월부터 방향선회 뜻
한·일·중 정상회의때 열릴 가능성
미국을 공식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3년 만에 한국이 주선해서 11월 초에 열릴 예정”이라며 “아베 신조 총리와 정상회담을 그 기회에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 디시(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과 질의응답을 통해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양국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깊이 논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은 물론 한-일 관계 개선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여전히 조율 중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등이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를 놓고 한-일 간 막판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2013년 2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2012년 5월 열린 뒤 그해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악화돼 지금껏 열리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일) 양국 간에 중요 현안이 된, 예를 들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도 좀 풀어드리고, 우리 국민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 문제도 진전이 있게 된다면 의미 있는 정상회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한-일 양국 정상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애초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3·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선 과거사 해결, 후 정상회담’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 탓에 연기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애초 열릴 예정이던 지난 6월부터 ‘방향 선’회’를 시사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6월11일치)와 한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밝힌 뒤, 6월22일 서울에서 열린 주한일본대사관 주최 한-일 국교정상화 50돌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올해를 양국이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식민지배에 대한 명확한 사과를 하지 않은 ‘아베 담화’ 다음날인 8월15일 광복 70돌 경축사에서도 “아베 총리의 담화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제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방향 선회엔 ‘한·미·일 3각 공조’를 구축·강화하려는 미국의 강한 압박, 중-일 정상회담(4월)이 열린 상황에서 외교적 고립 우려, 한-일 관계 경색 장기화에 따른 국내 여론의 변화 등이 두루 작용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와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이 없으면 여론의 반발 등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3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중국이 일본군 위안부 기록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에 공조를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 쪽에서는 민간단체들이 (등재를) 추진하고 있어 민간단체들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정부는 나서지 않을 뜻을 내비친 대목도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워싱턴/최혜정 기자, 이제훈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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