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확고한 의지로 다룰 것”
네오콘의 ‘비가역적 비핵화’ 추가
“인권 책임규명” 이례적 언급
북 반발, 이산상봉 등에 파장 우려
“한미동맹 한반도 전역 확대”
박대통령, CSIS 연설 논란도
네오콘의 ‘비가역적 비핵화’ 추가
“인권 책임규명” 이례적 언급
북 반발, 이산상봉 등에 파장 우려
“한미동맹 한반도 전역 확대”
박대통령, CSIS 연설 논란도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북 압박 기조를 지속·강화하는 쪽으로 대북 대응 방향을 잡았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일을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 없이 넘기고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해 평화적·안정적 외교 환경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대해, ‘화답’이 아닌 ‘대북 압박·경고’로 대응한 셈이다. 한반도 정세의 격동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발표한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의 “합의”라며 강경 방침을 쏟아냈다. 북한 인권, 북핵 관련 언급이 이전에 비해 더욱 강경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공동성명은 우리가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선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거론하며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겠다)”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는 지난해 북한의 인권 침해를 ‘반인도 범죄’로 규정하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범죄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겨 책임을 물으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북한 인권과 관련해 가장 강경한 수준인 ‘인권 책임 규명’에 합의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제1비서 등 책임자 처벌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면 심각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북핵 문제에선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했다”며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의 평화적 달성을 위한 우리의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한·미 양국 정부의 기존 방침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전에 없던 “비가역적인”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완전, 검증 가능, 비가역적, 비핵화’(CVID)는 부시 미 행정부 시절 대북 강경파인 네오콘의 슬로건이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비가역적’이란 표현이 왜 추가됐는지 모르겠지만, 한·미 정상의 6자회담 재개 의지가 강한 것 같지 않다”고 짚었다.
아울러 한·미 정상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 또는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유엔 안보리의 추가적 실질 조처를 포함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6자회담과 관련해선 “북한을 신뢰할 수 있고 의미있는 대화로 가능한 한 조속히 복귀시키기 위해 중국 및 여타 당사국들과 공조를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는 데 머물렀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중 3국 공조 강화를 명시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새 삼자 협의체를 만드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박 대통령이 방미 기간에 밝힌 북핵 해법은 공동성명의 기조보다 더 강경하다. 그 핵심은 ‘압박+통일’이다. 박 대통령은 15일 미국 워싱턴디시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과 질의응답을 통해 “북한이 도발하면 보상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북한을 뺀 6자회담 참가 5개국 등의) 국제공조로 확실하게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그다음에 북한에 대한 지원이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 핵포기, 후 지원’을 강조한 ‘선 핵폐기론’이다. 이 경우 남북관계가 핵 문제에 직접 연계될 수밖에 없어, 남북관계의 의미있는 진전이 어렵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통일 한국은 평화의 산파가 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장거리미사일이 더는 국제사회를 겨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 동맹의 기적의 역사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미 동맹의 확장을 통한 통일 전략이다. 북쪽으로선 ‘흡수통일 기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언급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고위급 전략협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한-미 동맹의 한반도 전역 확대’와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 파트너”라는 발언을 묶으면, 그 의미가 남북관계를 넘어선다.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의 병행·발전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노선과 상충할뿐더러,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접근법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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