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한, 중국경사론’ 달래느라
“박대통령 미국에서 한 말
중국 가서 한 말과 상충”
“박대통령 미국에서 한 말
중국 가서 한 말과 상충”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받은 질문의 상당수는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박 대통령은 최근 베이징에서 중국·러시아 지도자들과 한자리에 섰다. 그런 행동으로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했나?” “오바마 대통령한테 묻겠다. 한-미 동맹에 균열이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대통령의 견해는 어떤가?” 기자들만 그런 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면 우리(미국)한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일각의 인식이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는 미국 내에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만만치 않음을 방증한다. 박 대통령이 방미 기간 자신의 외교정책을 밝히는 연설 장소로 워싱턴의 숱한 싱크탱크 가운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로 정한 것도, 이를 의식한 탓으로 풀이된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CSIS는 부시 행정부 때 한반도 정책에 관여한 마이클 그린, 빅터 차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중국 경사론과 한-일 관계 경색의 한국 책임론을 주도적으로 제기해온 곳”이라고 전했다.
전직 정부 고위인사는 19일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이고 중국은 동맹이 아니므로 미국 쪽의 그런 반응은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문제는 미-중 관계가 신냉전으로 불릴 정도로 미묘한 상황에서 한국 외교가 어떻게 하면 길을 잃지 않고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느냐다”라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중국 가서 한 말과 미국에서 한 말이 상보적이지 못하고 상충한다는 게 문제”라며 “자칫하면 양쪽 모두한테 불신을 살 수 있다”라고 짚었다. ‘신뢰외교’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신뢰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의 핵심 파트너”라거나 “한-미 동맹의 기적의 역사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때”라는 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 발언에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전직 정부 고위인사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한국만의 창의적 의제가 있어야 한다”며 “한국이 이니셔티브를 행사하는 창의적 외교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의 진전을 통한 외교 자원의 확충 없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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