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외교

남중국해·위안부·북핵 ‘지뢰밭 천지’…한국 엉거주춤

등록 2015-10-29 20:00수정 2015-10-29 22:32

31일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긴장감이 높은 한-일 정상회담(11월2일)만큼이나 한·중·일 3국 정상회의(11월1일)의 앞길도 ‘지뢰밭’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 한·중·일 3국이 뒤엉킨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역사인식과 센카쿠열도·독도를 둘러싼 갈등, 한·일과 중국의 견해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북핵 대응, 미·일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 등 난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현황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현황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뢰’를 제거하기보다 피해가려 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3국 정상회의가 2012년 5월 이후 3년 반 만에 어렵사리 성사된 터라 정공법을 취하기엔 부담이 너무 큰 탓이다. 3국은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공동선언을 두고도 3국 협력기금 조성을 비롯한 경제협력 등 상대적으로 합의가 수월한 문제를 우선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국 정상이 ‘구동존이’(求同存異), 곧 이견을 뒤로 미루고 공통점만을 취하리라 전망하기도 어렵다. 역사 인식, 영토 갈등, 역내 질서와 관련한 3국간 인식차·갈등이 여전한 탓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경제가 논의의 중심이 될 것”이라지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역사 문제는 3국엔 피할 수도 없고 경시하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더군다나 이번 3국 정상회의엔 미국이 매우 높은 비중의 ‘그림자 참여국’으로 나선 형국이다. 사실 이번 3국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 성사 자체가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 중국의 (미-중) 신형 대국관계 모색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유럽까지 육·해상 실크로드를 연결하는 중국 중심의 경제벨트) 구상, 일본의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화’ 전략, 한국의 ‘균형외교’, 북한의 ‘핵·경제 건설 병진전략’ 등이 뒤엉킨 터라, 3국 정상이 풀어야 할 함수가 너무 복잡하다.

미국도 사실상 ‘그림자 참여국’
가장 뜨거운 쟁점은 남중국해
일본 ‘어떤 식으로든’ 거론 비쳐

중국, 한국과 위안부 공조 바라지만
한국은 일본과 1대1 논의 원해

3국 정상 공동선언도
합의 쉬운 ‘경제’ 중심으로 조율

가장 뜨거운 쟁점은 남중국해 문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한데다, 27일엔 미국 이지스함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건설중인 인공섬의 12해리 안쪽으로 밀어넣는 ‘실력행사’에 나선 탓이다. 남중국해 문제가 3국 정상회의의 정식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일본 해상자위대가 미군과 남중국해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있고, 시바야마 마사히코 일본 총리 보좌관이 “(총리가 남중국해 문제를 중-일 정상회담에서) 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교토통신>이 전했다. 어떤 식으로든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쪽은 “절대로 (미-중) 군사적 충돌의 길로 가지 않을 것”(29일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이라면서도, “어떤 국가의 도발에도 단호하게 대응”(27일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하겠다는 태도다. 한국 정부는 되도록 이 문제에 끼지 않으려는 쪽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28일)와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29일)은 녹음기를 튼 듯 ‘국제 규범에 따른 평화적 해결’과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끼치는 행동 자제’를 거듭 강조했다. 전자는 중국에, 후자는 미국에 하는 말로 들린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박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중국은 한·중이 일본을 압박하는 ‘2 대 1’ 방식을 선호하는 듯한데, 한국 쪽은 한-일 양자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려는 분위기다. 중국이 위안부 피해자 기록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해 한국에 공조를 요청하더라도, 한국은 민간단체가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지 않을 뜻을 내비친 게 대표적이다(13일 외교부 대변인). 공동선언엔, 지난 3월21일 3국 외교장관회의 공동발표문의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라는 문구와 유사한 표현이 담길 텐데, 그 의미를 두곤 3국의 해석이 엇갈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오랜 현안인 북핵 대응과 관련해 공동선언에 담길 문안은 3국 외교장관이 합의한 표현인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 반대”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 및 9·19 공동성명상의 국제적 의무·약속 성실 이행”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이 아닌 한반도라는 표현,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만이 아닌 9·19 공동성명 이행 촉구는 북한의 처지를 의식한 중국의 의견이 반영된 절충의 산물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