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외교

“박 대통령 스스로 궁지 내몬 가을외교”

등록 2015-11-04 19:50수정 2015-11-04 21:57

박근혜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불 경제협력포럼 및 고등교육포럼 개막식’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박근혜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불 경제협력포럼 및 고등교육포럼 개막식’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전문가들이 본 4강 외교 득실

“미-일이 짜놓은 판에 진퇴양난”
정부 “외교 입지 강화” 자평 무색
중·미 순방 극과 극 행보로 달려
미 압박에 밀린 한-일 정상회담
위안부 해결 전제조건 철회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중국·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을 상대로 한 ‘가을 외교’가 일단락됐다. 중국 전승절 참석과 한-중 정상회담(9월2~4일), 한-미 정상회담(10월13~17일), 3년 반 만의 한-일 정상회담(11월2일)과 한·중·일 3국 정상회의(11월1일)로 이어진 숨가쁜 일정이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미·중·일과 연쇄 정상회담으로 ‘균형외교’와 ‘통일외교’의 기반을 강화·확대했다고 자평한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보수 성향의 전문가들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진보·개혁 성향의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가 점점 어려운 처지로 몰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박 대통령은 9월 초 중국의 전승절 행사 참석으로 가을 외교의 시동을 강하게 걸었다. 미국 쪽의 사실상 반대를 무릅쓴 ‘주도적 선택’이었다. 서구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는 유일하게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천안문 망루에 중·러 정상과 나란히 선 박 대통령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강렬한 외교적 메시지였다. 하지만 미국 쪽엔 일본이 열심히 설파해온 한국의 ‘중국경사론’(中國傾斜論)에 기름을 끼얹은 행위로 받아들여진 듯하다.

박 대통령 9월 이후 미·중·일본 상대 정상외교
박 대통령 9월 이후 미·중·일본 상대 정상외교
박 대통령의 10월 중순 방미 일정은 이른바 ‘중국경사론’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 청와대는 중국경사론 해소를 가장 중요한 방미 성과의 하나로 꼽았다. 박 대통령이 방미 기간 유일한 정책연설 장소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선택한 것도 중국경사론을 가장 강하게 제기해온 연구소임을 의식한 조처였다. 박 대통령은 그곳에서 문제적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은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의 핵심 파트너”라며 “한-미 동맹의 기적의 역사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해나가야 할 때”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중국 쪽이 ‘친한 척하더니 결국 미국 쪽에 줄을 서는구먼’이라고 받아들일 발언이자, 북한이 경기를 일으키고 중국도 반대하는 ‘흡수통일 기도’로 읽힐 메시지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박 대통령이 미-중 사이에서 상보의 길이 아닌 상충의 길을 걷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 이유다. 더군다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데 실패하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대못’을 박으려 들었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계기에 어렵사리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한테는 ‘양날의 칼’이었다. “과거의 적을 비난하는 도발은 진전이 아닌 마비를 초래한다”(2월27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는 미국 쪽의 강력한 압박에 떠밀려 회담에 나선 탓이다. 더군다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의 노골적 지원을 등에 업고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4월27일)과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법제 제·개정안의 의회 통과(9월18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꿈을 사실상 이뤄 크게 아쉬울 게 없었던 반면, 박 대통령은 집권 초 제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이라는 전제조건을 철회하고 회담에 나서야 했다. 미-일 ‘신밀월시대’의 도래는 동북아 역내 질서의 긴장을 높여 한국의 입지를 좁힐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일 대 중국’의 구도도 한국엔 딜레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4일 “미-일이 올해 원하던 것을 모두 이룬 탓인지 행보가 점점 거침없어지고 있다”며 “한국은 미-일이 짜놓은 판에 들어갈 수도 들어가지 않을 수도 없는 어려운 처지로 몰린 형국”이라고 짚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는 뒤로 미뤄둔 채 주변국 외교에만 치중한다”며 “남북관계를 본궤도에 올려놔야 주변국 외교와 남북관계가 선순환해 한국의 입지를 넓히고 평화통일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