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크레엔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난민기구) 집행위원장
첫 방한 팔난민기구 집행위원장
“희망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 친구여서, 잠깐 나를 떠나더라도 늘 돌아오지요. 행복은 이웃집 정원이 아니라, 우리집 정원에 있어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보낸 13년 사이 이미 3차례의 전란을 겪은 루아 케이드(13)가 쓴 시다. 케이드가 다니던 학교는 지난해 여름 50여일간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공중폭격으로 무너졌다. 이 공습 때 팔레스타인 사람 22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540명이 어린이였다. 케이드는 가족과 함께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
무너진 학교에서 발견된 케이드의 공책을 본 피에르 크레엔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난민기구) 집행위원장은, 케이드한테 “네 공책은 세계를 돌며 너의 메시지를 전하게 될 거야”라고 약속했다. 5일 서울 사직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크레엔뷜 위원장은 케이드의 공책을 보여주며 “교육은 수많은 팔레스타인 청소년들한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유일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난민기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서안, 요르단에 6~16살 대상의 학교 700곳을 운영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뒤 발생한 팔레스타인 난민 500만명 가운데 현재 50만명이 난민기구가 운영하는 학교에 다닌다.
올해 창립 65돌을 맞이한 난민기구의 집행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레엔뷜 위원장은 8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조태열 외교부 2차관 등을 만난다. 그는 “이번 기회에 한국과 난민기구의 관계가 진전될 수 있는 대화를 기대한다”며 “특히 교육·여성·어린이 문제 등과 관련한 한국의 경험·목표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조건만 되면 근본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한국의 메시지는, 난민들한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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