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재외공관 비리 발표
음주운전사고 숨긴 대사관도
음주운전사고 숨긴 대사관도
A대사관 한국문화원장은 2012년 8월 자기 딸을 문화원 행정직원으로, 아내를 문화원 산하 세종학당(한국어 교육기관)의 세종학당장 겸 전임강사로 채용했다. 재외공무원의 동반가족의 취업은 공관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문화원이 한국인 행정직원을 채용하려면 본부(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규정을 모두 무시했다. 채용 공고도 없었다. 이 문화원 산하 세종학당엔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을 맡은 강사가 7명이나 있는데도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를 둘러댔다. 이렇게 해서 2013년 12월까지 인건비·출장비·강의료 등의 명목으로 딸한테 3만7329달러(한화 4400여만원), 아내한테 2만764달러(한화 2450만원)를 줬다.
2013년 12월 이런 사실을 파악한 대사와 정무공사가 경고를 했는데도, 이 문화원장은 각종 명목으로 딸한테 1만4080달러(1660만원), 아내한테 6867달러(810만원)를 더 줬다. 이 문화원장이 임기를 마친 2015년 3월까지 이렇게 아내와 딸한테 쌈짓돈 마냥 쥐어준 국가예산이 7만9040달러(9316만원)다. 소속 공관장과 상사의 거듭된 경고에도 위법 행위를 멈추지 않은 ‘간 큰 문화원장’은 2015년 3월 임기를 마친 뒤 귀국해 한 국공립대학교의 교수로 일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 문화원장이 임기를 마치고 교수로 복귀한 국공립대학교의 총장한테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법 위반을 들어 정직의 징계 처분을 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21일 이런 사실이 포함된 주러시아대사관 등 18개 재외공관 대상 실지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이밖에도 △주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은 2013년 12월 소속 참사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두차례 접촉사고를 냈는데도 이런 사실을 외교부 본부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했으며, △주키르기즈스탄 대사는 2013년 <중앙아시아의 알프스 키르기즈스탄>이란 생활안내 책자를 만들 때 현지 유학생과 대사관 행정직원이 다수 참여했는데도 자기 아내가 관여했다는 이유로 저자와 저작권자를 아내로 지정하고도 책자 300부 인쇄 등에 들어간 비용 7000달러를 대사관 예산(2000달러)과 대사관 관련 공사 업체의 ‘광고비’(5000달러)로 지불한 사실 등 각종 탈법·불법 행태가 다수 드러났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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