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새해 북중·남북 관계 전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올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만나러 중국에 갈까? 2016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올해에도 한반도 주변 각국엔 중요한 정치 일정이 많다. 한국엔 4월 총선이, 북한엔 5월초 36년 만의 노동당대회가, 미국엔 11월9일 대선이, 일본엔 아베 신조 총리의 개헌 강행 여부와 관련해 주목의 대상인 참의원 선거가 7월께 예정돼 있다. 모두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끼칠 변수들이다.
북중·남북 관계는 물론
북핵 문제·6자회담 재개 여부 달려
“중국의 대규모 경제협력 이끌려
북한 당대회 전후 방중 가능성”
불발 땐 핵실험 등 저울질 우려
그러나 이 모든 예정된 정치 일정보다 더 주목해야 할 변수가 있다. 바로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여부다. 달리 말하자면 김정은 제1비서와 시진핑 총서기 사이의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느냐다. 북한의 정치 행태와 북-중 관계에 두루 밝은 전직 고위 인사는 3일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여부, 그러니까 북-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올해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거의 유일한 변수”라고 짚었다. 이 인사는 “김정은의 방중 여부에 따라 북-중 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의 진로, 북핵 문제와 6자회담 재개 여부 등의 향배가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5월 당대회 전후 방중 가능성 높아” 북-중 관계에 밝은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이 당대회를 전후로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대회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의 방중이 성사된다면, 노동당대회 이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상대적으로 많다. 전직 고위 인사는 “당대회의 핵심은 크게 보아서 ‘사업총화’와 (새로운 경제정책 등) ‘비전 제시’”라며 “의미 있는 비전을 제시하려면 당대회 이전에 중국의 대규모 경제협력을 이끌어낼 북-중 관계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전 통일부 장관)도 “북쪽의 필요에 비춰 보면 김정은 제1비서가 중국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김정은으로선 당대회 전에 가는 게 좋겠지만, 북-중 관계를 좀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제1비서는 2015년 10월9일 노동당 창건 70돌 행사 참석차 방북한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위 상무위원을 만나 “조선(북한)은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해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외교 환경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과 김정은 제1비서 면담을 통해 정상화하던 북-중 관계가, 2015년 12월12일 베이징 공연 직전 돌연 북한으로 돌아간 모란봉 악단 사건 이후 나빠져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차두현 경기도지사 외교정책특보는 12월22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된 ‘2016년 국제정세전망’ 발표회에서 “김정은의 방중이나 시진핑의 방북 모두 올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정세 전망은 추세와 방향을 읽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중국은 기존의 ‘친한냉북’(親韓冷北) 정책이 북-중 관계를 악화시키고 한반도 정세를 해친다고 보기 때문에 향후 ‘남북균형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며 “김정은의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2015년보다 높다”고 말했다.
■ 김정은 방중과 북핵 문제의 상관성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가능성을 둘러싼 다소 엇갈린 전망에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는 지점이 있다. 김 제1비서의 방중이 성사되려면 북-중 정상회담에서 핵문제와 관련해 진전된 태도의 표명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외교원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016년 전망’에서 중국이 핵과 관련한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를 정상회담 개최의 중요 잣대로 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고위인사는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건 북핵 문제가 안정성을 갖고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제1비서가 중국을 방문하면, 시진핑 주석한테 핵문제와 관련해 ‘선물’을 내놓을 것이고, 시 주석은 이를 밑천 삼아 7년 넘게 가동 중단 상태인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동력을 강화하리라는 전망이다.
■ 김정은 방중과 일대일로(一帶一路)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중국의 대북 경제협력과 지원이 확대·강화될 것이고, 이는 ‘김정은식 개혁개방’으로 불리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5·30조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아울러 중국 동북3성의 변경경제합작구와 북한의 경제개발구의 연계 개발을 통한 북-중 접경지역 경협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변경의 경제 개발을 통해 접경지역의 안정을 도모하는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의 안보적 비전과도 통한다.
■ 김정은 방중이 무산된다면… 전문가들은 김 제1비서의 방중이 이뤄지지 않고 당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지 못한다면, 한반도 정세에 적잖이 부정적인 여파가 있으리라고 내다봤다. ‘위기의 외부화’와 ‘상황 돌파’를 위해 북한의 대남정책 기조가 경화하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여부도 저울질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 김정일 방중 때와는 뭐가 달라질까? 김 제1비서의 방중이 성사된다면 그 스타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와 사뭇 다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이 2015년 5월 러시아 방문을 추진할 때 비행기를 타고 가는 쪽으로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방중이 성사된다면 전용열차만 이용한 김정일과 달리 비행기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가 부인 리설주씨와 함께 방중하느냐도 관심사다. 이 경우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과의 ‘영부인 외교’가 세간의 시선을 끌 가능성이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의 접대 방식도 관심사다. 김 제1비서가 방중할 경우, 시 총서기와 리커창 국무원 총리를 비롯해 공산당 중앙위 상무위원급이 모두 나서는 북-중 간 전통적인 당 대 당 최고 수뇌부 교류 관례를 고수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북핵 문제·6자회담 재개 여부 달려
“중국의 대규모 경제협력 이끌려
북한 당대회 전후 방중 가능성”
불발 땐 핵실험 등 저울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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