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0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을 만나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한-미 정부의 대응 방안을 협의한 뒤 중국으로 떠났다. 블링컨 부장관은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 등과 만나 북핵 문제 등을 협의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27일 중국을 방문한다.
블링컨 부장관은 20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한과 맺고 있는 특별한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의 특별한 역할’이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이게 바로 내가 베이징에서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모든 대외무역은 사실상 중국을 통해 이뤄지므로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북한에 더 많은 영향력과 레버리지(지렛대)가 있다”며 “중국이 이 문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블링컨 부장관의 이런 언급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논의하는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북한 경제의 ‘생명선’을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의 적극적 동참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북-중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다.
임 차관도 블링컨 부장관과 협의 뒤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 조처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외교적 노력을 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2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서 뜻을 모은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 조처’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러시아의 태도에선 한·미·일의 움직임과 온도차가 느껴진다. 6자회담 러시아 쪽 수석대표인 이고르 마르굴로프 외교차관은 19일 모스크바에서 6자회담 한국 쪽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유엔 안보리가 “구체적이고 명백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아울러 마르굴로프 차관은 “북핵문제가 궁극적으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6자회담 중국 쪽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15일 베이징에서 황 본부장을 만나 “명확한 대응”을 다짐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의 병행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같은 흐름이다. 요컨대 한·미·일이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면, 중·러는 제재와 함께 대화·협상의 병행 필요성을 강조하는 셈이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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