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미 국무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관. 연합뉴스
왕이 중 외교부장과 회담 뒤 “비핵화 동의땐 평화협정 논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사드 배치 여부가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케리 장관은 또 북한이 일정기간 비핵화에 동의하면 평화협정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날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 뒤 기자회견을 통해 “사드 배치를 위한 협의 유일한 목적은, 아직 결정이 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공개로 미국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하고 핵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만 이룰 수 있다면 사드는 필요 없다”며 “사드 배치를 고려하지 않을 조건들을 공개적으로 분명히 밝혀왔고, 그것은 비핵화”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는 공격 무기가 아니라 순전히 방어무기이다. 만약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한국과 미국의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은 사드에 대한 우려를 확실히 표명해왔다”며 “그러나 우리는 사드 배치에 급급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수차에 걸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을 막고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방법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은 또 “북한이 일정기간 동안 비핵화에 동의하면 한국전쟁의 발발로 시작된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종식할 수 있는 공식적인 평화협정을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할 것을 미국 쪽 에 공식으로 제안했다며 “중국은 책임감을 갖고 6자회담 재개를 주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관련 당사자들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며 “다양한 불안정 요인들이 얽혀있고 영향을 미친 상황에서 다양한 당사자들이 긴장 고조를 막는 대화를 더 많이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왕이 부장은 또 “(대북 제재 결의안과 관련한) 협의에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도 “미·중 양국은 유엔을 통한 적절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면서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신속히 나오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이번 결의안이 통과되면 지난 어떤 결의안(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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