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 위안부 합의' 연합뉴스
민변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의견내
“12.28합의 타결” 정부 주장과 충돌
한-일 정상 전화회담 내용공개 거부
‘위안부재단 설립 추진’ 근간 흔들어
“12.28합의 타결” 정부 주장과 충돌
한-일 정상 전화회담 내용공개 거부
‘위안부재단 설립 추진’ 근간 흔들어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양국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견해를 담은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런 인식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국-일본 정부의 12·28 합의는 “외교 현안으로서 위안부 문제의 타결”이라는 정부의 공식 견해와 충돌한다.
1일 <한겨레> 취재 결과 대통령 비서실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난해 12월28일 전화회담 내용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청와대가 거부한 데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의 답변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답변을 미루다 재판부가 8일로 첫 재판 일정을 확정하자 5월31일 답변서를 제출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답변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오랜 기간 한국과 일본 간에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던 민감한 사안”이라고 전제한 뒤, 현재에도 “양국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런 이유로 한-일 정상의 전화회담 내용 공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어 불가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답변서에서 ‘첨예한 의견 대립’의 사례로 첫째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며”, 둘째 “설령 일본 정부의 책임이 있더라도 1965년의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이라는 등 두가지를 꼽았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런 인식은, 12·28 합의 발표 이후 정부가 거듭 밝혀온 이 합의의 의미·성격 관련 공식 견해와 상충한다. 정부는 12·28 합의 내용을 둘러싼 나라 안팎의 논란이 거세지자 1월20일 외교부 누리집에 공개한 ‘문답 자료’에서 “이번 합의로 타결된 것은 한일 양자 간 외교 현안으로서의 위안부 문제”라고 적시했다. 아울러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의 지난해 12월28일 공동 기자회견을 “협상 타결 선언”(2015년 12월28일 외교부 당국자)이라고 규정했다.
무엇보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양국 입장…첨예하게 대립”이라는 인식은,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12·28 합의 이행을 위한 위안부 지원재단 설립 추진이라는 행정행위의 정당성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위안부 지원재단 설립은 ‘외교 현안으로서 위안부 문제의 타결·해소’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송을 진행하는 민변의 이상희 변호사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런 답변 내용은 정부 스스로도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외교 협상으로 타결되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요컨대 한-일 양국 정부가 ‘12·28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전제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호언하면서도, 합의문서조차 내놓지 못한 배경엔 이런 ‘첨예한 입장 대립’이 깔려 있었던 셈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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