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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단독] 각종 의혹 우병우, 외교부 상대로도 ‘인사 전횡’

등록 2016-07-22 00:57수정 2016-07-22 17:38

중국 비자 발급 수수료 면제 연장 조처 관련 문제제기한 외교부 직원들 줄줄이 ‘좌천’
청와대에 공문 보낸 외교부 과장은 사실상 대기발령 뒤 ‘파견’ 형식 외교부 밖 방출
담당국장도 대사 못 나가고 국립외교원 교수로 ‘좌천’
처가 부동산 편법 매매, 아들 특혜 전출 등 각종 의혹으로 여야를 불문하고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외교안보 부처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우 수석이 이끄는 민정수석실이 ‘공직기강 확립’을 빌미로, 외교부의 재외동포영사국 관계자들의 ‘좌천 인사’를 압박해 관철시켰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2015년 12월22일 법무부가 발표한 중국 등 5개국 단체 관광객의 비자 발급 수수료 면제 1년 연장 조처였다. 지난해 여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중국 관광객이 줄자 그해 7월부터 연말까지 비자 발급 수수료를 면제해줬는데 이를 2016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2016 한국관광의 해’를 앞둔 관광 활성화 조처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이 조처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영사국)이 ‘유탄’을 맞았다. 정부가 면제해주기로 한 비자 발급 수수료(1인 15달러)가 100명 가까운 재중국 공관 비자 발급 계약직 직원의 인건비로 활용돼온 사정 때문이다. 인건비가 끊기면 비자 발급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관광 활성화라는 정책 취지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발등에 불이 붙은 외교부 영사국이 부산스레 움직였다. 우여곡절 끝에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전용해 재외공관 비자 발급 계약직원의 인건비를 충당하는 쪽으로 소동은 일단 봉합됐다. 급한 불을 끈 외교부 영사국 담당 과장이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앞으로는 결정에 앞서 미리 협의하자’는 취지였다. 당시만 해도 이 공문이 ‘인사 참사’로 비화할 줄은 외교부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공문의 참조 수신처에 청와대가 포함돼 있었던 게 문제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 공문을 ‘항명’으로 받아들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중국 비자 발급 수수료 면제 조처에 ‘이의’를 제기한 건 ‘항명’이라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 위반’이라며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 재외동포영사국 국장·심의관·담당과장을 상대로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는 ‘인사 참사’였다.

문제의 공문을 발송한 과장은 이미 외교부 유럽국 과장(1월8일 발령, 2월5일 업무 시작)으로 인사가 나 관련 업무를 보던 상황이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항명 공무원을 그런 좋은 자리로 보내는 게 말이 되냐’며 외교부를 압박했다. 질겁을 한 외교부 장관은 해당 과장을 2월25일자로 ‘외교부 근무’ 발령을 냈다. 유럽국 과장 인사를 취소하고 사실상 대기발령 조처한 것이다. 이 과장은 이후 정부의 한 위원회로 파견 인사가 났다. 외교부에서 쫓겨난 셈이다. 해당 과장의 직속 상관인 재외동포영사국장은 3월10일 외교부 국장급 인사 때 국립외교원 경력교수로 ‘좌천’됐다. 애초 계획됐던 대사 발령은 없던 일이 됐다.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은 ‘인사 시기가 아니어서 좌천 인사를 하면 뒷말이 나올 수 있다’는 정무적 고려 탓에 별도의 인사 조처는 없었다. 재외동포영사대사는 ‘관여 정도가 미미하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애초 바라던 주요국 대사가 아닌 미주 지역 총영사로 발령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런 ‘좌천 인사’ 과정에서 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으니 애초부터 징계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전횡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비겁이 빚어낸 대참사”라며 “특히 이견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잘못도 범하지 않은 공무원을 이미 이뤄진 인사 내용까지 뒤집으며 불이익을 준 민정수석실의 행태는 폭력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 일 이후 청와대의 부당한 압력을 막아내지 못한 윤병세 장관에 대한 외교부 직원들의 실망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27_우병우는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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