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협상의 전략’ 펴낸 김연철 교수
김연철 교수
“줄다리기 보며 ‘협상’ 책 쓰겠다”
세계사 물줄기 바꾼 20개 사례 두 딸 살아갈 한반도 평화 ‘간절’
“서로 믿지 못할 때 협상하는 것
‘인내·인정·양보·화해’ 협상 네기둥” 지난 10년간 남북관계가 교류협력과 상생, 평화번영의 길을 내달렸다면 김 교수는 ‘협상의 전략’을 쓰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의 관심이 한반도의 미래 비전을 그리는 데 쏠렸을 터이기 때문이다.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는 등 한때 남북관계는 불가역적 공존과 상생의 단계로 접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남북관계는 역진하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에 더해 탄도미사일을 거푸 발사하고, 남한은 ‘남북관계의 마지막 안전판’이라는 개성공단을 전면 폐쇄하더니 중국과 러시아가 ‘동북아의 전략 균형을 훼손한다’며 격하게 반대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주한미군 배치를 강행하고 있다. 남북관계와 외교사를 연구하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결단코 협상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할 법하다. 협상은 어떻게 가능한가? 김 교수는 말한다. “첫째, 협상은 파트너십이다. 협상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상대를 인정해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도발 등 불신을 이유로 대화를 단절하고 있는데, 믿을 수 없기에 협상을 하는 것이다. 신뢰는 협상의 결과이지 조건이 아니다. 둘째, 협상은 주고받기다. 상대가 불이익을 봤다고 생각하면 그 합의는 결국 깨진다. 그래서 협상은 균형이 중요하다. 상대의 의도와 나의 목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 상대에 대한 배려와 내 편의 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 4부로 나뉜 책의 주제는 김 교수가 생각하는 좋은 협상이 갖춰야 할 네 개의 기둥이기도 하다. ‘인내의 힘, 인정의 가치, 양보의 역설, 화해의 기술’이 그것이다. 기억해둘 만하다. 지난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편 공원에서 만난 김 교수가 인터뷰 말미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냉소와 체념이 팽배해 있다. ‘남북 사이에 화해가 가능하겠어?’ ‘평화 공존,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나이가 오십대 중반에 접어들고도 아직도 그런 철없는 소리를 하나’ 질책들을 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극단화한다. 증오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400년을 이어온 북아일랜드 갈등, 300년 동안 계속된 중-소 국경분쟁, 17세기 유럽 백인들의 이주에 연원을 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따위처럼 도저히 풀리지 않을 듯한 갈등도 모두 협상을 디딤돌 삼아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열고 있다. 우리보다 더 참혹한 처지의 사람들도 결코 절망에 주저앉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도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 김 교수의 ‘마지막 당부’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렇다. “우리한테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향한 꿈과 실천을 포기할 권리가 없다.” 글·사진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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