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지하철 한성대입구역 6번출구 근처 가로공원에 있는 한·중 평화의 소녀상.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6일 호주 시드니 시작으로 9일 군포, 14일 김포·무안 등
소녀상·기림비, 이미 국내에 40곳·국외 11곳 건립
정대협 “1~16일 제4차 세계일본군‘위안부’ 기림일 주간” 선포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세계연대집회·나비문화제 개최
소녀상·기림비, 이미 국내에 40곳·국외 11곳 건립
정대협 “1~16일 제4차 세계일본군‘위안부’ 기림일 주간” 선포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세계연대집회·나비문화제 개최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12·28 합의를 근거로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철거·이전을 사실상 압박하고 있지만, 나라 안팎에서 소녀상은 더욱 많아지는 추세다. 광복절과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기림일, 8월14일)이 들어 있는 이달에만 10곳에서 소녀상이 새로 제막한다. 아직 제막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는 곳도 확인된 것만 20여곳에 이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서 소녀상 관련 사안을 맡고 있는 류지형 활동가는 2일 “6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를 시작으로 8월에만 국내외 10곳에서 ‘평화비’(소녀상의 정식 이름) 제막식이 거행된다”고 밝혔다. 류 활동가는 “10곳은 모두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비를 만든 김운성·김서경 조각가 부부와 함께 작업하는 곳”이라며 “다른 작가와 협력하는 다른 지역까지 더하면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8월 소녀상 제막식 첫 주자는 시드니 한인사회를 주축으로 한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다. 6일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길원옥 할머니,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제막식을 한다. 소녀상은 1년간 한인회관에 있다가 이후 시드니 소재 애시필드 연합교회(목사 빌 크루스)에 영구 설치된다. 시드니 소녀상은 일본(1곳)·미국(9곳)·캐나다(1곳)에 이어 12번째 국외 소녀상(기림비 포함)이다. 일본 쪽은 시드니 소녀상 건립을 무산시키려고, “북한 관련 정치 활동가”가 개입한 “일본·미국·호주의 동맹을 끊으려는 중국 공산당의 공작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호주 <에이비시>(ABC) 방송이 1일 보도했다.
국내에선 9일 경기 군포 당정공원을 시작으로 14일 전남도청·김포·오산, 15일 논산·구로역·상록수역·흑석역, 20일 시흥에서 순차적으로 소녀상 제막식이 진행된다. 소녀상 건립은 전남도·전남도의회·군포시 등 일부 지방정부·지방의회가 관여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역 시민사회의 자발적 모금 방식으로 추진돼왔다.
최초의 소녀상은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으로, 2011년 12월14일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해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인식의 확립을 위해’ 설치됐다. 지금까지 국내 40곳, 국외 11곳 등 모두 51곳에 소녀상(기림비 포함)이 설치됐다. 나라 안에선 2007년 5월26일 경남 하동 평사리공원 취간림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정서운 할머니 추모위원회”가 세운 ‘평화의 탑’이 최초의 위안부 피해자 조형물이고, 나라 밖에선 2008년 9월7일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섬에 한·일 시민사회가 함께 세운 기림비가 최초이다.
소녀상 건립 추세를 보면, 2007년 1곳, 2008년 1곳, 2010년 1곳 등 나라 안팎에서 간헐적으로 이뤄져오다, 2011년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건립을 계기로 2012년 3곳, 2013년 5곳, 2014년 11곳, 2015년 23곳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부산 초읍동 등 5곳에 소녀상이 새로 들어섰고, 이달중 제막식을 하는 10곳에 추진 중인 20여곳까지 더하면 2015년의 두배 가까이 늘 전망이다.
류지형 활동가는 “지난해는 해방 70돌이라 평화비 건립이 많았다”며 “애초 올해는 건립 움직임이 주춤하리라 예상했는데 한-일 정부의 12·28 합의 이후 오히려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류 활동가는 “평화비는 단순히 과거 일본의 전쟁범죄를 잊지 말자는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전쟁과 전쟁범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와 다짐을 담은 조형물”이라며 “12·28 합의 이후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이 문제를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협은 1~16일을 “제4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주간”으로 정해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세계연대집회(10일)와 나비문화제(14일)를 여는 등 “12·28 합의 무효”와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를 촉구하는 연대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림일’은, 1991년 8월14일 ‘위안부’ 피해 사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1924년 10월20일~1997년 12월16일)의 뜻을 이어받아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에서 2012년 11월 대만에서 열린 제11차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결의·선포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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