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도 역사 직시, 미래지향적 관계 만들어야” 강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12·28 합의 찬반 논란엔 침묵
취임뒤 광복절 경축사 대일 메시지 중 가잘 짧고 밋밋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12·28 합의 찬반 논란엔 침묵
취임뒤 광복절 경축사 대일 메시지 중 가잘 짧고 밋밋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제71돌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직접 읽은 200자 원고지 53장, 6500자 분량의 광복절 경축사 가운데 한·일 관계와 관련한 직접 언급은 이 한 문장뿐이다. 이는 2013년 2월 박 대통령 취임 뒤 역대 광복절 경축사의 한·일 관계 언급 가운데 가장 간략할뿐더러 가장 밋밋한 대일 메시지다.
특히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한·일 정부의 12·28 합의 이행을 목적으로 출범한 ‘화해·치유 재단’(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조기 출연하겠다고 밝힌 직후라 박 대통령의 전례없는 ‘대일 간략 메시지’의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일관계 언급에 앞서 “작금의 국제정세, 특히 동북아지역의 안보지형 변화는 우리에게 엄중한 대응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전략적 사고와 국가적 역량 결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관계를 한 문장으로 언급하고는 바로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선제적이고도 창의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앞뒤 문맥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이 주도했으나 국내에서 찬반 논란이 격심한 12·28 합의가 ‘동북아 안보 지형 변화에 대응한 전략적 사고’, ‘냉철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선제적·창의적 사고’의 결과임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이날 대일 메시지는 역대 광복절 경축사의 대일 메시지에 비하면, 현저하게 밋밋해졌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뒤 첫 3·1절 경축사(2013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며 초강경 대일 기조를 천명한 바 있다. 그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가려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고통과 상처를 지금도 안고 살아가고 계신 분들에 대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의) 책임있고 성의있는 조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4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역사의 진실은 마음대로 가릴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2015년 한·일 수교 50돌을 앞두고)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지혜와 결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5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내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한다”고 이전과 달라진 대일 인식을 밝혔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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