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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대일 메시지 고작 한줄…위안부 문제 언급조차 안했다

등록 2016-08-15 21:56수정 2016-08-15 22:16

박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취임 초 강경기조 사라져
“역사 직시, 미래지향적 관계로”
가장 짧고 발언수위 낮아

12·28 합의 침묵 왜
위안부 피해자 등 반대여론 의식
10억엔 성격·용처 둘러싼
일 정부와 신경전 염두 뒀을 수도
박근혜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016.08.15.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겨레
박근혜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016.08.15.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겨레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제71돌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이렇게 강조했다. 200자 원고지 53장, 6500여자 분량의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한 직접 언급은 이 한 문장뿐이다. ‘역사 직시, 미래 지향’은 역대 한국 정부의 대일 메시지의 핵심 기조다. 표현만 놓고 보면 새로울 게 없다.

더구나 ‘한 줄 메시지’는 2013년 2월 박 대통령 취임 뒤 광복절 경축사의 한-일 관계 언급 가운데 가장 간략할뿐더러 가장 밋밋한 대일 메시지다. 취임 첫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향해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 데 비춰보면, 3년여 만에 지리멸렬 수준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이날 대일 메시지에는 주의 깊게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하나는 한국·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12·28 합의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한-일 관계를 동북아 안보 지형 변화의 맥락에서 언급한 사실이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박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집행 단계에 들어선 12·28 합의의 의미를 재확인하고 그 이행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은 건 뜻밖이다. 박 대통령은 합의 직후인 올해 3·1절 기념사에선 “24년 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일 간 합의가 있었다”며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명예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한·일 정부는 12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외상의 전화 통화를 통해 일본 정부의 ‘10억엔 신속 출연’을 공식 확인한 터다.

박 대통령의 ‘12·28 합의 침묵’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두 갈래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피해 당사자들과 야당의 반대를 의식했을 수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12·28) 합의를 긍정 평가하면 이에 반대하는 전 위안부들과 지원단체로부터 반발이 나올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김복동 할머니 등 피해 당사자들은 14일 ‘제4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맞이 나비 문화제’ 등을 통해 12·28 합의 무효화를 거듭 촉구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5일 “정부는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를 철회하고 원점에서 할머님들과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둘째, 10억엔의 성격과 사용처를 둘러싼 한·일 정부의 신경전을 염두에 둔 일본 정부 압박용 ‘침묵 시위’일 수 있다. 한·일 정부는 10억엔의 성격을 놓고 ‘사실상 배상금’(한)-‘배상금 아님’(일), 10억엔 용처를 두고는 ‘(배상금 성격에 맞게) 피해자 직접 지급 중심’(한)-‘현금 지급 불가, 의료·간호 용도 한정’(일)으로 맞서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자,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저녁 “위안부 합의 이행 진전 등 최근 한-일 관계 개선 분위기를 종합 고려해 언급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바른 역사 인식에 기반한 한-일 관계의 안정적 발전’이라는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한-일 관계 언급 앞뒤로 “동북아 안보 지형 변화”를 강조하고는 “냉철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선제적·창의적 사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2·28 합의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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