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외교

10억엔 용처 특정 않으려는 한국, 통제하려는 일본

등록 2016-08-25 22:42

한 외교부 ‘사업 개요’에는
“재단 사업은 재단이 결정
20%는 상징적 사업에 사용”

일 외무성 ‘재단의 사업’에는
“양국정부가 합의하는 범위 안에서
의료·간호·장례·장학금 등”

지원대상은 동일
“생존자에 1억, 사망자에 2천만원”
한국·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등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5명을 대상으로 생존자한테는 1억원, 사망자 유족한테는 2천만원 범위 안에서 원칙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지원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필요한 재원은, 한·일 정부의 12·28 합의 이행을 위해 한국 정부 주도로 설립한 ‘화해·치유 재단’(재단)에 일본 정부가 24일 출연을 결정한 10억엔(111억원)이다.

외교부가 25일 공개한 재단의 ‘사업 개요’를 보면, 구체 사업은 “개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 재단의 목적에 비춰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사업”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지원 대상 ‘개별 피해자’는 정부에 등록한 245명(대리인 포함)으로 한정한다. 합의일인 지난해 12월28일을 기준으로 생존자 46명(합의 이후 사망자 6명 포함)한테는 각 1억원, 사망자 199명한테는 각 2천만원 규모에서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현금 지급”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억엔 가운데 80% 남짓은 개별 피해자 지원에 쓰일 예정이며, 나머지 20% 정도는 모든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상징적 사업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상징적 사업’과 관련해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사업도 충분히 포함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한겨레>가 이날 확보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명의로 된 ‘일·한 합의에 기초한 재단의 사업’이라는 자료를 보면, 한국 외교부 자료와 지원 대상은 같다. 하지만 재단의 구체적 사업 내용과 10억엔의 사용처를 두고는 한·일 정부의 자료·설명의 차이가 눈에 띈다. 일본 정부는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용도의 범위 안에서 자금이 지출된다. 예상하는 용도는 의료, 간호, 장례 관계비, 친족의 장학금 등”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 외교부 자료는 “재단의 사업은 양국 정부에 의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범위 내에서 재단이 결정한다”며, 사용처를 특정하지 않았다. ‘양국 정부 합의’(일)와 ‘재단 결정’(한) 사이에 강조점의 차이가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재단에서 피해자분들의 수요와 희망을 토대로 ‘맞춤형’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용처를 명확히 밝히라는 일본 쪽 문제제기 등 탓에 재단 쪽과 피해자들 사이에 마찰이 일 수 있다. 재단은 사업 실시 내용을 한·일 정부에 정기적으로 통보할 의무가 있다.

일본 정부가 나름의 까다로운 절차를 마련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10억엔이 ‘배상금’ 또는 ‘사실상의 배상금’으로 인식될 사업에 쓰이지 않도록 꼼꼼하게 용도를 파악하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일본 정부는 10억엔의 일부가 피해 할머니를 통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위안부 문제 지원단체에 흘러들 가능성을 매우 경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0억엔이 일본에서 대표적인 반일단체로 여겨지는 정대협에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아베 정권은 국내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김복동 할머니 등 정대협 쉼터와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을 중심으로 12·28 합의 거부와 무효화를 요구해온 최소한 십수명의 생존 피해자는 재단의 지원 사업을 거부할 게 분명해 이 또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제훈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nom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