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7일 ‘부산-한겨레 국제심포지엄’ 첫날 두번째 세션 주제는 ‘북한 변화를 위한 유엔의 역할’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최민자(사진) 성신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두만강 유엔생태평화공원(UNEPP·United Nations Ecological Peace Park) 대표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그 연원은 2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초 탈냉전의 흐름 속에서 북한의 나진·선봉, 중국의 훈춘 경제특구 설치 등을 배경으로 유엔개발계획(UNDP)은 두만강 지역의 다자간 개발·협력 프로젝트로 두만강지역개발사업(TRADP)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지지부진한 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 교수는 그 이유로 △국민국가 패러다임을 넘어선 ‘동북아 그랜드 디자인’이 부재하고 △관련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추동해내지 못했으며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최 교수가 제안한 것이 두만강 유엔생태평화공원 프로젝트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이 구상은 “지속가능한 협력과 접경지역의 발전 및 효율적인 지역 통합을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과 더불어 본격적인 아시아·태평양시대를 개막하려는 취지”를 담은 것이었다. 그가 이 계획을 제안한 것은 1995년 9월이었다. 제임스 스페드 유엔개발계획 총재 등이 이를 지지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지방정부 등이 호응했다. 북한·중국·러시아가 접해 있는 두만강 지역은 역사적으로 볼 때 국경 분쟁으로 긴장과 갈등이 잠재해 있고, 지리적 조건도 생태공원이란 친환경적인 개발이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1999년 4월엔 지린성 훈춘시에서 솜사이 노린 유엔개발계획 한국주재대표, 중국 훈춘시 시장, 러시아 하산구 정부 행정장관, 최 교수 등 4자가 3국 접경지역 약 2억평의 터에 유엔생태평화공원을 만든다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두만강 하구 중국 쪽 팡취안(방천)에는 기념비까지 세웠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유라시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한국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중국은 ‘신실크로드 구상’,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을 내세우며 세 나라는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최 교수가 이날 발표한 유라시아-두만강 유엔생태평화공원 구상은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유라시아 공동체에 대한 전망을 담아 이를 새로운 버전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의 꿈은 원대하다. 유라시아-두만강 유엔생태평화공원 구상이 실현된다면 두만강 지역은 ‘21세기 문명의 표준을 전세계에 전파하는 북방 실크로드의 발원지’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부산/강태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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