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바로세우기 시민들 20년 노력
돈 몇푼 흥정거리로 취급해 물거품
윤 장관 “뜨거운 감자 정공법 해결”
한반도평화포럼, 해임 요구 성명
돈 몇푼 흥정거리로 취급해 물거품
윤 장관 “뜨거운 감자 정공법 해결”
한반도평화포럼, 해임 요구 성명
“한·일 위안부 합의, 한반도 사드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적폐의 주역인 윤병세 외교장관을 즉각 해임하라.”
통일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단체인 ‘한반도평화포럼’(공동이사장 백낙청·임동원)이 9일 발표한 긴급성명의 한 대목이다.
2015년 한국-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12·28 합의만 놓고 보자면, 윤 장관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에 가깝다.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껏 이어져온 ‘현재 진행형 역사’인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서 가해자인 일본 쪽이 피해자인 한국을 겁박하는 본말전도 현실의 근원이 12·28 합의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8일 <엔에이치케이>(NHK)에 나와 “일본은 성실히 의무를 실행한다는 의미에서 10억엔의 거출(출연)을 이미 시행했다. 한국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12·28 합의에 따라 일본이 ‘돈’을 냈으니 한국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평화포럼은 ‘긴급성명’에서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20년 넘게 싸워온 할머니들과 양심적 시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돈 몇 푼의 흥정거리로 취급당하고 말았다”고 12·28 합의를 한 박근혜 정부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외교부의 인식은 전혀 다르다. 12·28 합의 발표 주체인 윤병세 장관은 “뜨거운 감자처럼 누구나 다 피하고 싶은 협상인데도 정부가 정공법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해결했다”며 “(12·28 합의는) 과거 어느 때보다 진일보한 결과”라고 박근혜 정부의 ‘용기와 능력’을 자랑했다. 윤 장관은 “(생존) 피해자 할머니의 4분의 3 정도가 (12·28 합의를 한)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고 또 살아 있을 때 아베가 사죄·반성하고 일본 정부의 출연금을 수령하게 된 데 대해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주장했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 4시간 만에 강제철거된 다음날(2016년 12월29일)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김복동·길원옥·이용수 할머니 등의 격한 반대에 모르쇠로 일관할뿐더러, 일본 정부가 ‘배상금이나 보상금은 결코 아니다’라며 내놓은 10억엔을 나눠 받겠다는 뜻을 밝힌 34명의 할머니들을 ‘12·28 합의 지지자’로 환치하는 눈물겨운 ‘제 논에 물대기’식 자찬이다.
10억엔을 두고는, 시민들 사이에 ‘그 돈은 왜 받아서 아베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우리가 듣게 하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열심히 해서 돈을 받아오니 이제 와서 그 돈은 왜 받아왔냐고 하면 어쩌자는 거냐”고 짐짓 짜증을 냈다. 심지어 외교부 당국자와 관계자들은 “예전 정부처럼 질질 끌며 합의를 안 했을 수도 있다”거나 “분명한 건 이보다 더 좋은 합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같은 외교부의 한 중견 간부는 9일 “앞으로 갈 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라며 곤혹스런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대표적 외교 성과의 하나로 꼽는 12·28 합의가 한·일관계와 대일 외교의 계륵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제훈 김지은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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