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여행하던 한국인 여성 2명이 현지 택시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 타이베이 한국 대표부 행정직원이 피해자의 신고 전화를 불친절하게 응대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15일 대만 중앙통신 <시엔에이>(CNA)와 <자유시보> 등은 한국인 여성 3명이 지난 12일 오후 대만 완화(萬華)구에서 스린(士林) 야시장으로 택시를 타고 가던 중 택시기사가 건넨 요구르트를 먹고 정신을 잃고 성폭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혈액 검사 결과 피해자들의 혈액에서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지난 14일 밤 택시기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됐다.
하지만 피해 여성 중 한 명이 성폭행을 당한 뒤 주 타이베이 한국 대표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전화했더니 ‘자는데 왜 이 시간에 전화를 하느냐’고 말했다는 주장 글을 대만 여행 관련 카페에 올렸다.
피해 여성은 해당 글에서 “대만으로 4박 5일 여행을 왔고, 택시 투어를 하다가 성추행을 당한 것 같다”며 “(택시기사가 건넨) 요구르트를 먹은 후 세 명 중 2명이 기억을 잃었고, 기억에 남는 건 택시 안에서 한 남자가 친구의 옷을 강압적으로 벗기려 한 것과 그에 심하게 저항한 기억”이라고 피해 상황을 상세하게 적었다. 피해 여성은 이어 “나머지 택시에 타 있던 2명보단 다른 한 명의(글쓴이) 기억이 멀쩡한 상태며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이 있다면 댓글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게시글을 본 사람들이 댓글로 현지 영사관 연락처 등을 남겼고, 피해 여성은 “대사관에 연락했더니 (전화를 받은 직원이) 자는데 왜 이 시간에 전화를 하느냐 이건 긴급상황일 때 (거는) 전화다”라고 말했다며 다시 글을 남겼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여론의 비난이 일자 “성폭력 피해에 대한 신고 여부는 당사자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있다”며 “(첫 신고 다음 날) 주 타이베이 한국 대표부에서는 피해자 측의 연락이 없어 당직 행정직원이 수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피해자들이 신고차 경찰서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현장으로 출두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어 “관할 경찰서에 피해 신고를 지원하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표부 당직 행정직원의 불친절 응대 보도와 관련해서도 “당시 당직 행정직원은 ‘자는 데 왜 이 시간에 전화냐’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강민진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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