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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필리핀 전·현직 경찰 4명, 한인 사업가 납치 살해

등록 2017-01-17 11:57수정 2017-01-17 17:09

사업가 지아무개씨, 작년 10월 필리핀 자택서 납치돼
현직 경찰 3명, 전직 1명 연루 확인
유가족 몸값 억대 지불했으나 납치 당일 살해한 듯
지씨 부인이 홀로 추적 시작해 필리핀 경찰 수사로 이어져
지난해 10월 필리핀 자택에서 납치돼 행방이 묘연했던 한국인 사업가가 현지에서 이미 살해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필리핀 전·현직 경찰관 4명을 비롯한 현지인 8명이 살해 용의자로 지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지난해 10월 납치됐던 우리 국민 지아무개(54)씨가 납치 당일 목이 졸려 살해됐다는 내용을 필리핀 경찰청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씨 납치·살해 사건에 “필리핀 현직 경찰관이 관여돼 있다”며 “경찰관이 포함된 용의자들이 피해자가 마약 혐의가 있다고 수사하는 척하면서 피해자를 끌고 간 것으로 수사됐다”고 전했다.

외교부 쪽 설명을 종합해보면 인력소개회사를 운영하던 지씨는 현지에서 알고 지내던 현직 경찰관 리키 이사벨(경사) 등에 의해 지난해 10월18일 납치된 뒤, 이사벨 일행이 몰고 온 차량 안에서 살해됐다. 지씨의 주검은 이후 이사벨과 한패로 알려진 전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화장장에서 화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지씨 살해 사건의 용의자는 이사벨을 포함한 현직 경찰관 3명과 화장장을 운영하는 전직 경찰관 1명과 민간인 4명 등 모두 8명이다.

필리핀 수사 당국은 이들의 범행이 계획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씨가 납치되기 닷새 전 이사벨 경사의 부인 명의 차량이 지씨 자택 앞에서 목격됐기 때문이다. 이 차량은 지씨 납치 당일에도 사용됐다. 납치범들은 지씨를 살해한 뒤인 30일 지씨 가족한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억대의 몸값을 요구했다. 실제 지씨 가족은 납치범들에게 억대의 몸값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이 사건은 지씨의 부인이 단독으로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추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씨가 납치된 이튿날 부인이 필리핀 경찰서에 신고했으나, 정보가 샌다는 의심을 했기 때문이다. 지씨 부인은 현지 경찰관의 연루 가능성을 점쳤던 것이다. 이후 현재 한국대사관과 외교부 쪽 설득으로 지씨 가족은 필리핀 경찰청 납치전담반(AKG)에 사건 수사 요청을 하고 납치전담반에 관련 자료들을 넘겼다. 수사당국은 지씨 집 앞을 다녀간 차량과 지씨가 납치되던 날 이용된 차량이 같으며, 이 차량이 현직 경찰관의 부인 명의로 등록된 점과 지씨 납치 이틀 뒤 마닐라의 현금지급기에서 지씨의 카드로 현금이 2차례 인출된 것을 추적해 용의자들을 특정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의 전모는 이사벨의 공범인 현직 경찰관이 범행을 자백해 드러났다. 외교부는 주범으로 꼽히는 이사벨의 경우 필리핀 국가수사국에서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인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사벨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제한적 유치’(대상자는 경찰청 내를 벗어날 수 없으며 벗어날 땐 당국에 신고를 하고 경호를 받아야 함) 상태로 있다가 같은 달 말께 영내를 무단이탈한 뒤 이달 중순에 자수했다. 이사벨이 수사를 지연시키려고 담당 검사에 대한 기피신청도 했으나 필리핀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에 속도를 더했다. 나머지 7명의 용의자 가운데 화장장을 운영하는 전직 경찰관은 1월초 캐나다로 출국했으며, 다른 6명은 필리핀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교부는 필리핀 검찰이 이날 용의자 8명 전원에 대해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고 전했다.

한편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은 17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한테 전화를 걸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현재 필리핀 정부가 사안의 엄중성을 고려해 특별검사를 임명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고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전했다. 외교부는 “현직 경찰이 연루된 사건으로 피해자 가족이 필리핀 정부를 대상으로 국가 배상 청구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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