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한국 2013년 ‘유라시아 협력’ 발표
남북협력 통한 대륙진출 청사진
작년 북한 4차 핵실험 감행하자
박근혜 정부, 나진-하산 사업 중단
남-북-러 협력·북방루트 걷어차
중 ‘일대일로’-러 ‘신동방정책’ 협력
두만강 삼각지대를 중심으로
환동해 복합물류시스템 본격화
유라시아 새 이니셔티브 필요
한국 2013년 ‘유라시아 협력’ 발표
남북협력 통한 대륙진출 청사진
작년 북한 4차 핵실험 감행하자
박근혜 정부, 나진-하산 사업 중단
남-북-러 협력·북방루트 걷어차
중 ‘일대일로’-러 ‘신동방정책’ 협력
두만강 삼각지대를 중심으로
환동해 복합물류시스템 본격화
유라시아 새 이니셔티브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0월 발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건 유라시아의 새로운 시대적 흐름과 일치한 측면이 있다. 2013년 출범한 시진핑 지도부가 ‘일대일로’((一帶一路, 신실크로드 경제벨트와 해양실크로드)를, 2012년 3기 임기를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신 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0년 이명박 정부가 5.24 조처로 북으로 가는 길을 막은 당시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건 남북의 협력을 통해 대륙으로의 진출을 꾀하겠다는 것 이상으로 대륙과의 협력을 통해 남북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홍완석 외대 교수(러시아어)는 유라시아가 “△한국 상품의 거대 시장으로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공급원으로 △디지털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실크로드로 △중동을 대신하는 건설·플랜트시장으로 위축된 한국경제에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기에 그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이렇게 비유하기도 했다. “일대일로가 중국몽(中國夢)이라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한국몽(韓國夢)이다.”
또 다른 러시아 전문가인 장덕준 국민대 교수(국제학부)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이 유라시아협력의 첫 단계는 남북러 협력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2013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서 두 정상은 그 첫 단추로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에 한국이 투자한다는 데 합의했다.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경제학연구소 아시아 전략 센터장에 따르면 “러시아에 있어 이 프로젝트는 남북한과 함께 철도(하산-나진 철도가 그 일부), 가스 및 전력연계망 사업 등 다양한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국가 전략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것이었다. 실제로 러시아는 2011년 8월 울란우데 북러 정상회담에서 한반도가스관 사업에 합의했으며, 2014년 10월 북러 정부간 협력위원회에서는 러시아-북한-남한을 잇는 송전탑을 건설한다는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채택하고, 러시아 투자자들이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방안 등 다양한 남북러 3각 협력사업에 대한 기대를 보였었다.
이처럼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에게 한반도를 교두보로 하는 신동방정책의 핵심적인 프로젝트였다. 그러기에 2016년2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러시아는 유엔제재 결의에 대한 미중의 합의에 제동을 걸며 나진-하산 사업을 제재대상에서 배제하는 조처를 이끌어냈다. 반면에 박근혜 정부는 유엔의 대북 초강경 제재 결의에 앞서서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을 일방적으로 취했다. 이는 개성공단 가동중단 및 철수가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킨 것 이상으로 남북러 협력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북방으로 가는 모든 길을 스스로 막은 것인데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었는지, 보다 근본적으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무엇이었는지가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강행은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체제의 존립을 위협받게 될 것이며 북한의 고립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북핵으로 고립된 것은 북한만은 아닐 것이다.
‘일대일로’와 환동해 북방물류체계 본격화
오는 5월14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는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회의가 열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을 포함해 유럽(스위스·스페인·이탈리아·체코),아시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파키스탄·베트남·몽골·캄보디아 등), 남미(아르헨티나·칠레)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28개국 정상들과 각국의 대표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다. 중국은 세계 주요국 정상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일부 언론들은 중국이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 중인 한국에는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감옥이 있는 사람이 참석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어찌됐든 한국은 배제됐다.
그러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중몽러 경제회랑 합의, 중국의 투먼, 쑤이펀허 회랑, 그리고 러시아의 프리모리예 1,2 회랑 등을 추진하면서 두만강 3각지대를 중심으로 환동해 항만과 대륙 철도를 결합하는 복합물류시스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른바 일대일로의 6번째 회랑으로서 ‘동북 3성 극동지역의 일대일로’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선도개발구역 설치 등 신동방정책과 결합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2016년 6월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중국,몽골, 러시아 3국이 합의한 ‘중?몽?러 경제회랑 건설계획 강요’는 구체적 노선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지만 중국 징진지(베이징 텐진 허베이성)-네이멍구 얼렌하오터-몽골 울란바토르-러시아 울란우데 노선과 러시아 치타-중국 만저우리-하얼빈-창춘-선양-다롄/하얼빈-쑤이펀허-블라디보스톡 노선 등 3개의 축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한 축이 지린성의 창지투 개혁개방 선도구를 중심으로 몽골 울란바토르-초이발산-아얼싼(몽골)-바이청-창춘-훈춘-자루비노(러시아) 그리고 훈춘-나진 노선이다. 중국은 이를 훈춘을 중심에 두고 투먼(두만)회랑으로 부르고 있다. 여기에는 초이발산-아얼싼간의 미연결 구간의 철도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지린성은 나진항, 자루비노항으로의 출구 확보와 함께 창춘-훈춘 고속철 연결에 이어 서쪽으로 창춘-울란호트로 고속철 사업을 확대하고 동쪽으로는 훈춘-블라디보스톡 고속철 건설을 러시아와 논의하고 있다. 기존의 시베리아 횡단철도와는 다른 육·해상 연계의 중몽북러 대통로다. 또 다른 한 축은 헤이룽장성 쑤이펀허 회랑이다. 쑤이펀허는 서쪽 대륙방향으로 무단장을 지나 하얼빈 그리고 치치하얼을 거쳐 만주어리로 이어지는 동청철도의 동쪽 끝이자 출발점이며, 여기서 맞은편 러시아 국경의 포그라니치니(그로데코보 국경역)를 통해 우수리스크를 지나 동해쪽의 블라디보스톡항(나홋카, 보스토치니)으로 나가는 통로가 구축되고 있다.
하지만 이 동북2성(지린, 헤이룽장)과 극동 연해주를 연결하는 이 투먼, 쑤이펀허 회랑은 중국쪽에서 본 것으로, 반쪽이다. 이 수송로가 러시아 쪽의 항만으로 나가는 국제수송로가 되기 위해서는 투먼 회랑은 러시아의 프리모리예 2 회랑과, 쑤이펀허 회랑은 프리모리예 1과 각각 연결돼야 한다. 동청철도(쑤이펀허 회랑)는 러시아의 프리모리예 1에 의해 블라디보스톡 등 러시아의 주요 극동항만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프리모리예 2에 의해 투먼회랑은 두만강 인근의 북중 국경에 위치한 러시아의 포시예트, 자루비노항과 연결되고, 나진-하산 철도와도 연결되는 국제수송로에 접속될 수 있는 것이다.
프리모리예1, 2 국제회랑은 극동지역 대륙횡단 철도 노선의 다양화와 해륙복합 물류수송체계의 구축을 의미한다. 이제 대륙철도는 나진-하산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이어지는 단선이 아니다. 동북 3성의 만주지역과 몽골 러시아 전체가 다양한 갈래의 국제철도로 연결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나진-하산을 넘어 환동해 항로를 포함한 중국 동북지방과 극동 연해주를 포괄하는 북방 유라시아 협력의 새로운 이니셔티브가 요구된다.
강태호 평화연구소장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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