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오른쪽) 전 의원이 카트만두대 법대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겨울 광화문을 달군 ‘촛불 혁명’은 ‘세계의 지붕’ 네팔의 대학 강의실에도 생생히 전해지고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까지, 한국의 헌법과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과정은 네팔의 법학도들에게 흥미로운 수업 소재였다.
네팔 카트만두 대학에서 이를 전한 이는 임종인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월드프렌즈 코이카(KOICA) 자문단’에 자문관으로 지원해 이곳 법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어떻게 네팔의 강단에 서게 됐을까?
현재 카트만두에 체류 중인 임 전 의원은 지난 17일을 포함해 두 차례 이메일 인터뷰에서 “어려운 나라를 돕는 코이카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에 자문관 프로그램을 접해 직접 참여하게 됐다. 이왕 가려면 가장 환경이 어려운 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네팔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헌법과 민주주의, 한국·네팔·미국 헌법의 차이에 대해 강의를 한다. 강의는 영어로 한다. 10년 이상 전화영어와 학원 수강, 영자신문을 보며 꾸준히 영어공부를 해왔다는 임 전 의원은 “영어 강의는 생각보다 힘들었고, (강의를 하는) 1년 동안 공부를 계속했다”고 전했다.
국립인 카트만두 대학 법대는 3년 전에 만들어져 1학년부터 3학년까지 40여명씩 재학 중이다. 학생을 비롯해 교수들도 한국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한반도 분단의 원인과 한국 경제성장 배경이었다고 했다. 임 전 의원은 헌법을 가르치며 한국의 분단 상황과 해방 후의 역사, 한국 민주주의가 걸어온 길을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마침 작년에는 한국의 대통령 탄핵이 세계적 뉴스가 되어 대통령 탄핵 이유, 절차, 탄핵 과정, 헌법재판소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했다”며 올해 들어서는 한국의 조기 대선에 대해 학생들이 흥미로워했다고 전했다.
‘월드프렌즈 코이카 자문단’은 건축, 경영, 법률, 보건, 수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퇴직자들이 1년간 개발도상국에서 정책자문 및 지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코이카는 “이를 통해 개도국의 빈곤감소와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지원,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0년 첫 해외 파견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5월 말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27개국에 125명의 자문관이 나가 활동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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