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2일 밤 취임 뒤 처음으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두 장관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협의하기로 하고,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와 관련해서는 한국내 ‘민주적 절차’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틸러슨 장관은 이날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평화적 압박 캠페인’이다. 평화적인 해결을 원한다”면서도 “북한의 비핵화에 북한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올바른 조건과 조치들에 대해 협의하자”고 말했다. 두 장관은 수시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약 25분에 걸쳐서 진행된 통화에서 강 장관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민주적 정당성, 절차적 투명성에 대한 국내적 수요가 있다. 사드를 중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절차 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한국의)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고 반응했다. 이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로 방미했던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에게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언급했던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맥매스터 보좌관은 “한국 입장과 상황을 존중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또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나 숨진 오토 웜비어에 조의를 표하고, 오는 28~29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력하자는 뜻을 전했다. 강 장관은 “(두 정상간의 만남이) 5년간 정책공조의 토대가 될 것”이라면서 “회담 전에 만나 파이널 터치(최종 조율)을 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틸러슨 장관도 “중요한 얘기”라면서 “일정을 조율하자”고 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밝혔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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