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정부의 북핵·미사일 대응과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메시지가 오락가락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에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맞물리며 그렇지 않아도 복잡해진 국면을 자칫 꼬이게 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10일 밤 외교부는 출입 기자들에게 이날 강경화 장관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발언에 대해 ‘해명성’ 입장을 전해왔다. 외교부가 진의를 전하고자 했던 강 장관의 발언은 두가지였다. 강 장관은 대북 제재 방안을 묻는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세컨더리 (보이콧) 옵션도 미국 쪽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업·은행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독자제재 방식으로, 중국 기업에 직접 타격을 미칠 수 있어 미국도 섣불리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반발이 뻔한데다, 미국의 독자적 행정조치인 만큼 한국 정부가 거론하기엔 민감한 내용이다.
외교부 당국자가 뒤늦게 “오늘 외교장관의 (세컨더리 보이콧)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밝혔듯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제재·압박을 시행해 나감에 있어, 우리 정부가 미국과 긴밀히 공조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원론적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라며 설명을 보낸 배경이다.
강 장관이 8월 초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 남북 외교장관 회동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그 계기를 최대한 활용해 볼 구상을 하고 있다”고 답한 것도 ‘의외’라는 반응을 낳았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의 ‘입구’에 ‘핵 동결’ 또는 ‘추가 핵·미사일 도발 중단’ 등을 언급했고, 강 장관 본인도 이날 외통위에서 “(대화를 위해서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며 “추가적 도발 동결”을 전제했던 탓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는 북한이 참석하는 고위급 차원의 유일한 행사라는 점에서 질문에 원론적으로 답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남북 외교장관 회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메시지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외교부 쪽은 “강 장관이 부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거나 “워낙 솔직한 분이기 때문이다. 좀더 지켜보자”고 대응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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