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 장관은 6일 열리는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7일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등에 각각 참석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제24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기간 동안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계기가 되면 대화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북핵 6자회담 참여국 외교 수장이 모두 모이는 이번 회의기간 남-북, 북-미 등 접촉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낮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공항으로 입국한 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자연스럽게 계기가 되면, (리 외무상에게)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점과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특별히 최근에 제안한 두 가지 제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앞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답한 바 있다.
강 장관이 이날 언급한 ‘두 가지 제의’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6일 발표한 ‘베를린 구상’의 후속 조처로 지난달 17일 국방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각각 제안한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가리킨다. 군사분계선상 적대행위 중지와 이산가족상봉행사 개최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이 회담에 대해 북한은 여태껏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북한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접촉할 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화성-14’형 시험 발사에 대한 유엔의 새 결의가 임박했고, 미국이 북한의 에이알에프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키겠다는 등 강경한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정부가 주변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더해 정작 북한이 대화 제의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정부로선 섣불리 나서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공식 남북 접촉 성사로 꽉 막힌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새벽 마닐라에 도착할 예정인 리 외무상은 5일 오전 평양을 떠났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강 장관은 이르면 6일 채택될 것으로 알려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해 “유엔에서 대북 결의안이 나오는데 우리도 결의안 합의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지켜봤다”며 “굉장히 실효적인 제재 요소들이 담겨있는 것 같다. 결의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나서 대책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강경 기조에 대해 강 장관은 “모든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한-미 공조를 통해서 진행시켜 나갈 것”이라며 “그 문제를 포함해서 미국 (렉스) 틸러슨 장관과 상세하게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전략에 대해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국익 방어적 필요성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고 또 핵심은 국내적 절차 문제로서 우리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견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소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브루나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잇달아 양자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한다. 6일에는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7일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등 일정을 소화한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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