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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현안 대응 급급한 정부…새 전략 위해 안보실 개편 시급

등록 2017-09-05 21:16수정 2017-09-05 22:07

전문가들 대북정책 문제점 진단
안보실 관료 출신이 대부분
이전 정부 관성 강하게 작용
새로운 정책·비전 기대 힘들어
초기 인사 차질빚은 영향도

“김정은 시대 북한 완전히 달라
구시대적 접근법에서 벗어나야”
‘대북 제재와 대화 병행’을 주장하며 한-미 동맹과 남북관계를 모두 잡으려 했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이런 배경에는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한 ‘한반도 운전자론’과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고도화 실험 및 ‘통미봉남’ 전략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문재인 정부의 실책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외교안보 구상을 제대로 구현할 사람과 전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최근 여권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그걸 깨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대북) 전략과 사람의 부재”를 문제의 핵심으로 짚었다. 청와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정부 소식통은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해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구상하고 조율해야 할 안보실이 현안 대응과 의전·일정만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해결에 어떤 해법도 내지 못한 채 ‘강 대 강’ 식의 현안 대응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한 회의에서 안보실에 답답함을 느낀 문 대통령이 현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전략과 비전’을 주문했으나, 안보실이 다시 ‘의전과 일정’에 대한 보고를 되풀이했다는 ‘일화’로도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차담회에서 송영무 국방장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차담회에서 송영무 국방장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복수의 소식통은 <한겨레>에 80여명의 안보실 인력 가운데 관료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것이 큰 요인이라고 꼽았다. 안보실 내 외부 출신은 1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관성이 압도적으로 강한 인적 구성에서 새로운 정책과 비전이 나오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안보실에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 구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문제 해결을 위해 안보실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5일 국회 정론관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긴급 제안’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쇄신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북한 핵에 대한 통찰력도, 해결의 프로세스도 준비되지 않은 트럼프 정부를 우리가 견인해야 했다”며 “한반도 평화외교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실책을 거듭하고 있는 외교안보 참모 라인을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운전석은커녕 조수석에 앉아 있는지도 의심된다”며 “외교통일안보 라인 전면 쇄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계를 보이는 데는 ‘구시대적’인 대북 접근법이 한몫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정권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우리가 날짜를 박아서 대화를 제안하면 북쪽에서 수정 제안을 할 것이라는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짚었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김정일 시대의 북한을 염두에 두고 대북 정책을 펴고 있으나, 김정은 시대 북한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게 다수의 남북관계 전문가들 의견이다.

김지은 김태규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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