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017년 8월17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한 음식점에서 한겨레 토요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히 아베(일본 총리)처럼 돼가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7일 저녁 북한의 6차 핵실험 전후로 강경해진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응 기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남북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표적인 남북관계 원로 중 한 명인 정 전 장관의 직설적인 ‘쓴소리’가 나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한반도평화포럼이 주최한 월례토론회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 경색 어떻게 넘어걸 것인가’에 발표자로 나선 정 전 장관은 6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일본도 아닌 한국 외교부가 유엔 대북 제재를 선도하고 나서면 어떻게 하느냐”며 “우리는 중간만 따라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또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팃포탯’(tit for tat·맞받아치기) 식으로 초강경 지시를 내리는 모양새는 참 보기 좋지 않다”며 “이대로 놔두면 남북 대화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 버리고 만다”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문 대통령이 내린 지시가 공개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매우 잘못하는 것이다. 왜 대통령을 그렇게 최일선에 내세우느냐”고 질타했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고, 지난 대선에는 문재인 캠프 외곽 자문 조직인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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