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갑질·폭행’ 조사결과 발표
볼펜 던지고, 사각휴지 모서리로 손등 때려
해당 총영사 직위해제, 중징계 절차
볼펜 던지고, 사각휴지 모서리로 손등 때려
해당 총영사 직위해제, 중징계 절차
일본에서 근무 중인 외교부의 현직 총영사가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2년 가까이 심한 욕설과 막말, 인격모독적 폭언을 하고 폭행까지 일삼은 사실이 외교부의 ‘갑질’ 조사 결과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8일 이런 내용의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초 육군 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사태를 계기로 모든 부처에 갑질 실태 점검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0일부터 31일까지 외교부에 접수된 갑질 사례는 모두 41건이다. 외교부는 이 가운데 이미 처리했거나, 조사해보니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사건 등 31건을 제외한 나머지 10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본의 한 총영사인 ㄱ씨는 2015년 말께 재외공관에서 근무할 계약직 직원 ㄴ씨를 직접 고용했다. 함께 일한 지 두어 달 쯤 지난 시점부터 3공관장은 처리하는 일이 신통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직원에게 갖은 욕설과 폭언을 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넌 미친거야’, ‘머리가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뇌의 어느쪽이 고장 났어’ 등 인격모독적인 발언부터 ‘정말 열대쯤 때리고 싶어’, ‘강아지 훈련 시키듯이 해줄까’, ‘너를 죽이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어디에 치워버리든 해야지’ 등 상대방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말까지 했다. ㄱ씨의 ‘갑질’은 1년 반 넘게 이어졌다. 피해 직원은 그 기간 동안 공관장이 내뱉은 폭언을 모두 녹음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받은) 녹음 파일이 40개가 넘고 (재생시간이) 20시간에 달한다”며 “폭언은 녹음이 돼 있기 때문에 가해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ㄱ씨의 갑질은 폭행으로까지 이어졌다. 직원에게 볼펜을 던져 상처를 입히거나, 사각 휴지 모서리로 직원의 손등을 때려 멍이 들게 했다. 실제로 피해 직원은 ㄱ씨의 폭행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사진과 진단서까지 외교부에 제출한 상태다. 외교부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폭행은 모두 3차례로, ㄱ씨도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직원은 일본 현지에서 “6개월 과료(요양)를 요하는” 극심한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는 “제보를 받고 녹음 파일 등 증거자료를 통해 ‘갑질’ 사실을 확인한 후 즉시 ㄱ씨에게 출석 요구서를 발부해 1일 조사를 마쳤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ㄱ씨가 출근하는 날엔 가해자와 피해자가 마주치지 않도록 피해 직원을 공가(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 허가하는 휴가)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안은 대통령의 ‘갑질’ 실태 점검 지시가 있기 전인 6월 이미 외교부에 익명으로 제보됐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외교부 관계자는 “당시 ㄱ씨가 직원을 하대한다는 내용의 익명 제보가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는 제보 내용에 나오지 않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다른 직원에게도 막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컨대 직원이 공식 행사 일정 외에 공관장의 지역 관광 일정을 잡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념이 없다’고 질책하는 식이다.
외교부는 ㄱ씨를 징계하기 위해 8일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했으며, 11일께 그를 직위해제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또 ㄱ씨를 상해죄·폭행죄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외교부는 다음 달 중순 쯤 갑질 사례에 대한 조사 결과를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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