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8월7일 오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오른쪽)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번주 취임 뒤 첫 일본 방문길에 오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변 4강(미·중·일·러) 가운데 유일하게 관계 개선의 계기를 잡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중인 일본과의 매듭 풀기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외교부는 17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 고노 타로 외무대신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갖기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12월19~20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19일 오후 개최될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두 장관이 한-일 관계, 북한·북핵문제를 중심으로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강 장관을 초청한 고노 외상은 이후 회담 및 전화통화를 통해서도 거듭 강 장관의 방일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의 이번 방일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우선 오는 12월 말로 예정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이하 12·28 티에프)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대일본 정책으로 위안부 등 역사 문제와 여타 분야를 분리해 대응하는 ‘투 트랙’ 접근법을 내놓는 한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12·28 티에프가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의 협상 과정과 내용을 재검토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말 출범한 12·28 티에프는 그동안 관련 문서 검토 및 관련자들 면담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발표문 작성을 위한 내부 토론 중이다.
일본 쪽에서는 그동안 ‘12·28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며 12·28 티에프 보고서에 촉각을 세워 왔다. 지난 7일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미묘하고 민감한 현안 각각이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2·28 티에프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공개 석상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가 “미묘한 문제를 외교문제화, 정치문제화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까지 언급한 것을 두고 ‘경고성’ 발언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12·28) 티에프 발표가 세게 나오면 일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전히 양국 관계에서 가장 큰 현안인 이 문제를 놓고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이 어떤 의견을 주고받을지 주목된다. 강 장관은 12·28 티에프 보고서 내용과 정부 정책은 별개라는 사실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투 트랙’ 접근법을 다시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밝혔듯 두 장관은 북한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쏘며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대북 공조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고노 외상은 강 장관에게 더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 7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현안이 있을 때 양국을 오가며 외교를 펼치는 ‘셔틀 외교’ 복원에 합의한 만큼, 내년 초로 거론되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추진 문제와 함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계기 방한도 논의될 전망이다.
강 장관의 이번 방일은 지난 2016년 8월 윤병세 전 장관의 방문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의 외교장관 방일이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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