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설립한 미르재단의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대해 “ 코리아에이드사업은 미르재단이 사전 기획한 사업을 당시 청와대가 외교부 등 관계부처를 동원하여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내신 브리핑에서 “당시 외교부는 미르재단의 실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나, 동 사업 추진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데 대해서는 장관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월 외교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코리아에이드사업 관련 외교부의 문서 조작 현황이 밝혀지며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대한 재조사가 요구된 바 있다. 이에 외교부는 11월 코리아에이드 사업 조사 태스크포스(TF·티에프)를 구성해 관련 문서를 검토하고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조사를 해왔던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지난해 5월 박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앞두고 추진된 ‘이동형 복합개발협력사업’으로 미르재단이 기획했던 사업이다. 당시 정부는 코리아에이드가 ‘새로운 한국형 개발원조사업’이라고 홍보하며 차량을 이용해 음식(K-Meal), 의료(K-Medic), 문화(K-Culture)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세웠다가 이후 실효성 등 문제 제기가 있자 모자보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업 계획을 수정했다.
그동안 티에프 조사를 주도했던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는 (코리아에이드) 사업 세부 내용과 관련해 일부 수정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수동적으로 주어진 일을 담당하는 일을 수행했다”면서 “외교부 등 정부 관련 부처가 당시 미르재단의 실체를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 당시 국회 문서 제출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 쪽 지시(스탠딩 오더)를 받고 미르재단과 코리아에이드 연계부분을 삭제해 제출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지난해 10월과 올해 9월 외교부에서 ‘제5차 K-프로젝트 T/F 회의(사전답사단 결과 보고)’라는 제목의 동일한 문건을 제출받았으나 미르재단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누락된 점을 확인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시 청와대 청책기획수석실 쪽에서 코리아에이드 관련 내용은 (국회) 답변의 통일성을 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지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티에프에서 당시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관여한 외교부 관계자들이 ‘수동적’이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이 당국자는 “이런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민간이 직접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이유”라면서 “그런 것들에게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그냥 일한 것에 대해서 티에프에서 수동적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련자들이 당시 미르재단의 실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판단의 근거로는 △2016년 외교부가 생산하고 접수한 문서에서 미르재단의 성격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으며 △ 2011년~5월 사업 관련자들 진술을 봐도 미르재단에 대해 인지하거나 파악한 사람이 없었던 점 △당시 언론에서도 미르재단 관련 의혹 제기가 많지 않았던 점을 들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미르재단의 코리아에이드 사업 개입을 인지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 당국자는 “코리아에이드 관련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미르재단 관련 내용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우리는 듣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장관이 국회에서 코리아에이드 사업 관련 위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국회에서의 위증 판단은 국회에서 하고 관련 조치도 국회에서 취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련자들의 징계 등에 대해서는 “티에프 직무 범위를 넘어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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