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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10억엔 처리 안밝힌채 ‘진정한 사과’ 일본에 공 넘겨

등록 2018-01-09 20:16수정 2018-01-09 22:32

강경화 “재협상 않겠다” 밝혔지만
기금 10억엔 정부 예산으로 충당
12·28 합의 내용 사실상 무력화
일 ‘피해자 명예회복’ 노력따라
합의 존속여부 여지 남겨둬
화해치유재단 개점휴업 유지
외교해법 장기전 구도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12·28 합의)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나 개점휴업 상태인 화해·치유재단(재단) 운영에 대한 후속 조처 가능성을 언급한 점은 사실상 12·28 합의의 이행을 중단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강 장관은 다만 최종적인 처리 방침을 유보하고 ‘피해자 명예회복 등 관련 일본 정부의 자발적 노력과 사과’를 언급함으로써 일단 일본 쪽에 공을 넘기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을 깐 것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이 12·28 합의에 “재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12·28 합의의 절차적·내용적 중대한 흠결’을 인정하자 한국 정부가 합의를 ‘파기’하거나 일본 쪽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파기나 재협상은 일본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으로, 정부도 현실성이 낮은 방법을 피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12·28 합의에 따라 재단에 출연한 10억엔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은 ‘합의 무력화’ 등 전혀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정부 예산은 예비비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재단은 피해자 지원금 등으로 출연금 가운데 4억엔을 지급한 상태다. 정부가 굳이 출연금과 별도로 같은 금액(10억엔)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일본에 10억엔을 돌려주거나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기금 사용 가능성까지 열어둔 조처로 풀이된다. 정부 안팎에서 논의된 대로 기금을 은행에 예탁하거나 제3의 기관에 공탁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최종 처리 방침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일본과 직접적인 마찰을 피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강 장관은 이처럼 구체적인 후속 조처에 대한 최종 결론은 밝히지 않은 채 일본에 “노력”을 촉구했다. 강 장관은 이날 “일본이 스스로 국제 보편 기준에 따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줄 것을 기대한다”,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한결같이 바라는 것은 자발적이고 진정한 사과”라고 언급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조처’에 12·28 합의의 존속 여부가 달렸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볼 수도 있어 주목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에) 구체적인 조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발성”과 “기대”라는 표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당장 “추가 조처를 요구하는 것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수했다. 향후 양국이 12·28 합의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일 지점으로 보인다.

정부가 재단에 대해서도 이후 피해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후속 조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재단의 경우 이미 이사진이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일부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이 재단 해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재단 운영 방침을 모호하게 남겨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내 여론, 일본과의 관계를 모두 고려하면서도 장기전으로 구도를 짜, 한·일 모두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전략을 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절충안’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이날 정부 발표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10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에 앞서 기본 원칙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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