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의 지명 철회가 백악관과 대북 군사행동 등을 둘러싼 정책적 이견 때문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2일 기자들에게 “(차 석좌의) 낙마 배경에 대해 언론에서는 대북정책, 특히 군사적 옵션과 관련한 정책적 의견 충돌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파악한 바로는 낙마 배경이 군사적 충돌을 둘러싼 대북정책 관련 이견이 아니었다는 것이었고, 다른 여러 요인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말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 동의)까지 받은 차 석좌의 낙마 소식이 최근 갑작스레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차 석좌가 자신의 낙마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몇시간 뒤인 30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에 ‘북한 코피 터트리기는 미국인들에게 막대한 위협을 끼친다’는 기고문을 싣고 강한 어조로 백악관을 비판하자, 제한적 대북 군사타격을 뜻하는 이른바 ‘코피 전략’(bloody nose)에 대한 백악관과의 의견 충돌 때문에 낙마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외교소식통은 차 석좌의 낙마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이 매우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 두가지 사안을 연결지어서 말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빅터 차 낙마라는 사실과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이라는 것이 사실로, 논리적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단계에서 (미국의 대북) 군사적 옵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미국이) 외교적·평화적 (해결)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 석좌의 낙마로 급격히 주목을 받고 있는 ‘코피 전략’은 예방전쟁이나 선제공격과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확전 가능성을 최소화한 상태의 제한적인 군사적 행동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의지를 꺾으려는 미국의 군사 정책개념을 일컫는 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 전략은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백악관 내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공공연하게 회자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백악관 강경파들이 남북관계 복원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차 석좌 낙마의 실질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인사에 관한 이야기라서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대단히 곤란하다”며 “굳이 표현하라고 하면, 미국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정도로만 말하겠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차 석좌의 낙마의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자 한국 쪽에 ‘대북 정책 이견 때문은 아니’라는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