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37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전의 노력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결여되어 있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26일 오후(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7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밝힌 뒤 “우리 정부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피해자, 가족, 시민단체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정부는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당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이번 연설을 통해 당시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천명했다. 앞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12·28 합의 직후인 2016년 3월, 유엔인권이사회 연설에서는 ‘위안부’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강 장관은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관련해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현재와 미래의 세대가 역사의 교훈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강 장관은 한-일 관계를 의식한 듯,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면서 일본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한-일 정부가 맺은 12·28 합의를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전의 노력 과정”으로 돌려 표현했다.
강 장관은 또 최근 한국 사회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은 소녀와 여성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양성 평등과 여성인권 보호를 위한 노력을 적극 전개해 나가고자 하며, 평시 및 전시 여성 폭력을 철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적극 기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인권 개선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북한은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우리 정부는 북한이 안보와 인권 분야에서 자신의 생각을 바꾸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촉구해 나갈 것이다”라고 했다. 다만 강 장관은 최근 남북 대화가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한 듯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서는 유엔 결의안 수준을 넘지 않았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 하는 원론적인 수준으로 언급했다. 강 장관은 “평창(겨울올림픽)의 정신이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북한 인권 문제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산가족 상봉의 조속한 재개가 필요하다. 북한이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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