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의제 떠오른 ‘종전’
‘4·27 합의문’에 담길 내용?
청, 남북 간 적대행위 금지 등
군사대결 종식 담는 방안 검토
남북만으론 “종전” 어려울수도
미국 등 보장 없으면 무의미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과정
정치적 선언 정도 추진될 듯
‘4·27 합의문’에 담길 내용?
청, 남북 간 적대행위 금지 등
군사대결 종식 담는 방안 검토
남북만으론 “종전” 어려울수도
미국 등 보장 없으면 무의미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과정
정치적 선언 정도 추진될 듯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다. 아직 남과 북이 평화선언·종전선언·평화협정 등 어떤 방식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첫걸음을 뗄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1953년 이후 계속된 한반도 냉전체제를 종식하고 실질적인 평화를 공고히 하는 출발선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좀더 궁극적으로 평화적인 체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그 하나의 방안으로 한반도의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양자 간 합의만으로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화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한 또다른 의견이 있어, 필요하다면 3자 간에 더 나아가면 4자 간 합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남북 간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이를 바탕으로 정전협정을 체결한 당사자 간에 확정짓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남북이 1992년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와 ‘불가침 부속합의서’ 등 과거 남북 합의와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쪽 특사단에게 밝힌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쪽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한 내용을 이번 정상선언에 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하면서 복수의 정부 당국자들은 남북이 정상회담의 성과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과 종전선언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다만 현재의 정전체제에선 남북이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해도, 미국 등 주요 당사자들의 보장이 없으면 무의미하기 구체적인 방식을 놓고는 ‘종전선언 추진’ 등의 표현이 나왔다. 종전선언을 먼저 할 경우 한반도 정전체제를 유지·관리하고 있는 유엔사령부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문제가 생겨, 남북이 다룰 성격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꼭 종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할지 모르겠다”고 한 부분도 이런 부분 등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자 하는 구상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나온 바 있다. 특히 당시 임기가 끝나기 전 한반도 문제에 진전을 보고 싶어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치 시간표’와도 맞아 떨어져, 2007년 9월7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관련 내용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남북은 한달 뒤 열린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10·4 정상선언 4항)고 합의했다. 그러나 종전선언 논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행되지 못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청와대의 발표에 대해 “종전이라는 게 남북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따로 하는 게 아니라면 앞선 상호 불가침 선언을 확인하고 더이상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 평화협정을 추진하기로 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직속 정책의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인 문장렬 국방대학교 교수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의 영구적 종식”과 “남북은 군사적 긴장과 대결 상태를 완전하게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 일환으로 군사 당국자 간 대화와 협상 계속”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하는 ‘공동선언’을 제안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3년 1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은하-3호’ 로켓 발사(2012.12.12)에 대응해 결의 2087호 채택하자, 한반도 비핵화 선언와 남북 불가침 합의 파기,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며 반발했다. ‘제2의 조선전쟁’, ‘핵 선제 공격권 행사’ 등 엄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남북 정상이 유명무실화한 주요 합의들을 복원하는 것 자체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간 직접 적대 해소’, ‘군사적 긴장 완화’ 정도의 내용이 담긴 정치적 선언 정도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정상 차원에선 남북 간 군사적 적대행위를 안한다는 선언적 확인을 하고, 후속 조치로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나 기타 다른 형식의 군 당국 회담을 열어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북-미가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반도 평화에 대해 논할 수 있었다. 이제는 평화체제 논의와 비핵화 논의가 분리되고 있는 것”이라며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의 종속변수였는데 이제는 독립변수가 됐다. 한국이 사실상 상당한 자율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지은 노지원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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