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쟁점’으로 단연 북한의 비핵화를 꼽았다. 복수응답을 포함해 모두 26명이 이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라고 지목했다. 종전 선언과 경제협력 등 남북관계 진전이 뒤를 이었으나 비핵화에 대한 관심에는 훨씬 못 미쳤다. 북핵 문제가 남북정상회담의 본질적 의제라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핵화 쟁점의 내용에 대해선 강조점이 조금 달랐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묶어서 제시한 의견이 1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비핵화 의지 확인 및 표명(8명), 비핵화의 구체적 실행방안(8명)을 지목한 의견도 비슷했다. 모두 비핵화와 연결된 사안이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합의의 수준까지를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핵심 쟁점으로 꼽고 “남북한을 포함한 관련국들이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한다”는 것을 합의의 목표로 둘 것을 제안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을 통해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것 이상의 한층 진전된 의지를 확인하는 게 모든 문제를 푸는 핵심고리”라며 “다만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타결되는 빛나는 순간을 남겨두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에선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차원에서 1991년 맺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이행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실행방안을 쟁점으로 꼽은 이들은 시한을 설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구체적인 시한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하더라도 이번 정상회담에선 남북은 향후 2년 안에 한반도에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는 정도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으면 대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핵화의 구체적인 목표와 과정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남북한 사이에는 무엇을 비핵화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가 적지 않다”며 “이를 조율하는 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어느 단계를 비핵화로 인정할지 여부가 쟁점”이라며, “추상적인 수준에서 북한의 핵폐기 노력을 평가하고 인정함으로써 이후 북한의 태도 변화를 봉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과 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의 합의를 예상하지만,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의사 천명 등 구체적인 진전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대한 보상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핵심 쟁점은 비핵화에 대해 한국과 미국, 나아가 국제사회가 어떤 보상을 할 것이냐”라며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중국이 대북제재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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