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북-미 정상회담(6월12일 싱가포르) 준비 실무진으로 곧 합류할 예정으로 18일 전해졌다. 김 대사가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관련 중책을 맡아 협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대사는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낸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협상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정부 소식통은 김 대사의 ‘등판’ 여부와 관련해 “(김 대사가) 역할을 할 것으로 들었다”며 “북-미 정상회담 준비 실무 대표를 맡는 것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대북 업무 쪽으로) 올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사임한 뒤 김 대사는 미 국무부에 남은 사실상 유일한, 북한과 협상 경험이 있는 한반도 전문가로 꼽혀왔다. 수전 손턴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과 마크 램버트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도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를 다뤄왔으나 이들의 주전공은 중국이다.
한국계인 김 대사는 2002~2006년 주한대사관에서 정무참사관, 2006~2008년 국무부 한국과장을 거쳐 6자회담 특사로 기용된 데 이어 2011년 11월 주한 미대사로 부임해 3년간 활동했다. 2014년 10월부터 2년 동안은 북핵 문제 관련 미국 정부의 실무 총괄 책임자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한·일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직을 맡았다. 2008년 6월 북한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할 때 미국쪽 대표로 현장을 지켜본 이도 김 대사였다.
북-미 정상의 역사적 담판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과 협상 경험이 풍부한 한반도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성 김 대사의 ‘등판’ 예고는 북쪽에 나쁘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질 듯하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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