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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북극항로 활용한 비즈니스가 새로운 기회다

등록 2018-05-23 18:01수정 2018-05-23 23:02

한-러 극동포럼, 실질협력 방안 논의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블라디보스톡 한국 총영사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8차 한-러 극동포럼이 5월16일 블라디보스톡 현대호텔에서 열렸다.  블라디보스톡/강태호 기자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블라디보스톡 한국 총영사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8차 한-러 극동포럼이 5월16일 블라디보스톡 현대호텔에서 열렸다. 블라디보스톡/강태호 기자
러시아의 극동 연해주 개발은 푸틴 3기 정부가 시작된 2012년부터 신동방정책으로 부를만큼 새로운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2015년 ‘선도개발구역’,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등의 경제특구 정책과 매년 9월 열리는 이 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유치 포럼인 동방경제 포럼 등으로 중국 일본과의 경제 협력 움직임이 활발하다. 극동 연해주 지역에 대한 한러간 협력 사업은 아직 논의 단계에 있지만 기대는 그 어느때보다 높다. 게다가 이 지역을 찾는 한국 관광객은 급증해 그만큼 가까워졌다. 러시아 연해주정부에 따르면 2017년 한 해동안 연해주를 찾은 한국 관광객은 사상 최대인 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까지 매년 2~3만명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놀랄만한 속도다.

극동 연해주 지역에서의 한러 협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한-러 극동포럼이 지난 5월16일, 블라디보스톡에 현대 호텔에서 열렸다.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과 한국 해양수산개발원(KMI)이 주최·주관해 올해로 8번째가 되는 이번 극동포럼의 주제는 “한-러 극동지역 실질협력 : 새로운 도전과 기회”다. 극동지역 한러간 협력을 다루는 대표적인 포럼답게 회의장인 현대호텔 3층 다이아몬드홀에는 안드레이 타라센코 연해주 지사를 비롯해 극동개발부, 극동개발기금, 극동수출투자지원청 등 주 정부와 극동개발 담당 기관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한국쪽에서는 양창호 해양수산개발원원장, 김동주 국토연구원 원장, 이석배 블라디보스톡 총영사, 김성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총괄팀장 등이 참석했고, 회의장은 정부 관계자, 양쪽의 연구기관, 학계, 기업의 주요 인사 150여 명과 러시아 언론들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이번 포럼은 ①(극동개발) 극동개발의 새로운 전개와 대응방안 ②(수산?어선건조) 극동지역 수산 현대화와 협력방안, ③(북극항로·물류) 북극항로와 복합운송의 균형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 ④극동지역 석유가스 협력방안 등 4개의 큰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 새롭게 떠오르는 연해주 양식어업 협력

연해주의 한 양식장 모습.           출처:블라디보스톡 방송국 자료사진
연해주의 한 양식장 모습. 출처:블라디보스톡 방송국 자료사진
이번 포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극동지역 수산업 현대화와 관련해 러시아가 오호츠크 베링해 등의 풍부한 해양 수산자원 이외에 광범위한 연해주 해안 지역의 양식업 개발 투자와 현대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스타프쉐프 연해주 수산국장과 무르지치 극동개발기금 선임국장은 연해주 양식장 투자 사례와 한러 협력의 가능성이라는 주제의 공동발표를 통해 러시아 당국이 극동개발기금을 통해 “양식산업 프로젝트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으며, 양식업을 위한 투자 지원 및 투자 방안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양식업 투자지역의 온라인 투자 경매와 관련한 러시아 정부의 승인이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서 온라인을 통한 수산물 거래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며, 기존의 복잡하고 다양한 절차들은 대폭 간소화되리라는 것이다.

무르지치 국장은 “올해 6월부터 인터넷으로 양식업 투자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본격적인 서비스가 구현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투명한 절차로 양식업을 위한 부지를 선정하고 투자를 이행할 수 있으며, 과거 1년이 소요되던 절차가 약 80일 정도로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방송>이 <이타르 타스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극동 수산업 개발에 관한 정부의 소위원회는 양식에 적합한 모든 수역을 2019년 1월 1일 이전까지 지정하기로 했다. 또 연방수산청은 어류 번식 지역에 대한 특별한 지리 정보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극동개발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분기에만 연방 수산청은 총 면적 2만9천 헥타르의 95개 양식장을, 연해주 어업관리청은 3만8천 헥타르의 25개 양식장을 각각 경매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2016년도에 극동 연해주에서 양식된 상업용 어류 제품 (홍합, 가리비, 굴, 참람 및 연어 등)은 6만8,000t인 것으로 파악됐다. 참고로 통계청 농어업통계과의 어업생산 통계에 의하면 2017년 한국의 천해양식에 의한 생산량은 230만9,900t이다. 이러한 극동 지역에서의 새로운 인터넷 투자 거래 서비스의 도입과 양식업 투자 개선 조처를 배경으로 올들어 이들 분야의 투자가 활발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즈베즈다 보스톡은 2018년 2월 연해주 내 수산양식업 사업에 약 60억 루블(약1천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극동개발부 공보실에 따르면 4월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기업인 노브이 미르가 연해주의 선도개발구역인 볼쇼이 카멘 지역에 하루 평균 100t에 달하는 명태 등 기타 어종의 완제품을 생산하는 수산가공사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 세원 마르스의 우드 펠릿과 북극항로의 단계적 활용

나무를 톱밥처럼 작게 분쇄한 뒤 건조·압축해 만든 바이오 연료 우드 펠릿
나무를 톱밥처럼 작게 분쇄한 뒤 건조·압축해 만든 바이오 연료 우드 펠릿

우드 펠릿의 시베리아 내륙운송과 연계한 북극항로의 부분 활용    출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우드 펠릿의 시베리아 내륙운송과 연계한 북극항로의 부분 활용 출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또 이번 포럼에서는 북극해 항로와 연계된 우드 펠릿 사업의 가능성이 본격 논의됐다. 산림자원개발 업체인 세원마르스는 극동지역의 산림자원을 활용한 우드 펠릿(나무를 톱밥처럼 작게 분쇄한 뒤 건조·압축해 만든 바이오 연료)을 생산해 국내에 발전연료로 활용하는 자원연계 밸류 체인형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해왔다. 러시아의 질 좋고 풍부한 목재 자원과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인 우드 펠릿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드 펠릿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점점 그 가치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95% 이상의 우드펠릿을 수입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85%는 동남아시아 특히 베트남으로부터 주로 수입한다. 동남아 국가들의 우드펠릿 생산능력은 180만t/년(2016년 기준)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베트남의 생산 설비 규모가 연간 130만t으로 절대적이며, 나머지는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돼 있다. 베트남의 우드펠릿 생산능력이 압도적으로 크고, 아시아지역에서 생산비용이 가장 낮은 것은 대규모 가구제조 산업에서 발생하는 폐목재의 공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2001년 처음으로 우드 펠릿 생산을 시작하였으나, 이후 생산 설비가 급증하여 생산 능력은 이미 200만t/년(2017년 1분기 기준)으로 동남아를 능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원 마르스는 베트남산 우드 펠릿을 러시아산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베트남에서 수입되는 우드 펠릿이 컨테이너당 150달러인 반면, 러시아산은 170달러로 가격차이가 크기에 물류 수송 비용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극동지역의 산림자원은 무궁무진하지만 오히려 그게 문제다.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영토에 엄청난 자원을 가진 반면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노동력 인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시장 또한 작다. 그래서 넓은 땅과 너무나 많은 자원이 오히려 장애라는 말이 나온다. 결국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운송로 확보가 중요한 셈이다.

세원 마르스의 한창윤 대표는 극동 러시아 복합운송에서의 화차 문제와 한러간 협력방안을 주제로 한 이날 발표에서 한-러 간 우드펠릿 운송프로젝트 루트는 블라디-부산, 블라디-동해 등의 운송 노선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감안할 때 목재 가공공장이 있는 블라디보스톡 인근의 선도개발구인 나데진스카야에서 나진으로 철도운송 후 나잔항에서 동해항으로 운송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이 극동지역 우드 펠릿 사업을 북극항로와 연계시킨다면 그 잠재적 가능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이 북극 항로의 상용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북극항로를 통한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항로 연계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발표한 조지성 해양수산개발원 국제물류실 연구위원은 유빙이 녹는 2030년까지는 여전히 열악한 기후조건, 환경문제, 화물 수급불균형, 규모의 경제에 따른 고비용 등 여러 제약 요건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극항로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극해로 흘러드는 시베리아 내륙의 강(안가라-예니세이, 레나 강등)을 활용한 내륙수운과 북극항로의 일부구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시베리아 내륙의 삼림자원을 활용한 우드 펠릿 사업이야말로 이 부분적인 북극항로 활성화를 통한 북극항로 연계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니콜레이 페긴 캄차카 개발공사 사장도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한 공동 발표에서 “북극지역의 교통잠재력을 평가하는 데는 다양한 방안이 존재하며, 단순히 북극항로라는 해상운송로에 집중하기 보다는 내륙운송과 연계한 복합운송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관련 계획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물동량 확보와 비용절감으로 현실화하는 북극항로 활성화

이날 포럼에서는 러시아가 북극 항로의 활성화와 극동지역 운송망을 연계 시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오가이 세르게이 네벨스코이 국립해양대학교 총장은 러시아가 2025년까지 북극항로를 통한 물동량을 80만TEU(20피트 표준 컨테이너)까지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쇄빙선 및 항로 이용료가 북극항로 운항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고 러시아는 다양한 서비스의 쇄빙선과 운항선박의 톤 수 및 운항거리 등에 따라 적정한 이용료를 부과하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2013년 새롭게 제정한 북극항로 운항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약 2,000TEU(20피트 표준 컨테이너) 선박의 북극항로 이용료는 컨테이너 당 70달러를 넘지 않으며, 쇄빙선을 이용한 전구간에 대해서도 컨테이너당 150달러를 넘지 않도록 함으로써 수에즈운하와 아덴만을 통과하는 비용보다 낮다는 것이다.

오가이 총장은 또한 2019년 말 첫 시범운행한다는 계획 아래 원자력을 이용한 새로운 다목적 쇄빙선(아크티카급 LK-60)이 건조됐으며 이 또한 비용절감 등으로 북극항로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극항로 개발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 또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해 나가야할 과제라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네벨스코이 대학내에 극지의 추위와 바람 파도 등 극한 환경에도 적응해 나갈 수 있는 해운 인력 양성 센터를 설치해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비한 인력을 적극 양성하고 있으며 관련 프로그램을 적극 유치 및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북극항로는 이제 극동 연해주 지역의 자유항 및 선도개발구역 등 푸틴의 신동방 정책에서도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광역두만강개발계획 수송회랑연구팀의 미하일 홀로샤 극동해양항만기술연구소(FEMRI) 부소장은 연해주 남부지역의 교통인프라 통합 및 발전방안에 대한 발표를 통해서 “푸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유항, 선도개발구역 등 관련 인프라의 개발 및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허브항만을 구축하여 북극항로와 연계된 통합 물류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양질의 물류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통해서 북극항로의 성장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북극항로 물류 세션의 토론에 참여한 전명수 블라디보스톡 경제대학 객원교수는 북극항로가 “새로운 해상교역로와 에너지 자원 개발의 대안으로서 2가지 활용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며, 캄차카(페트로파블롭스크), 야쿠트(사하) 공화국, 야말반도, 무르만스크 등 4개 지역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극동지역이 북극항로 개발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면서, 특히 야말 프로젝트는 가스와 에너지관련 러시아 국영기업이 북극항로 개발에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이 북극항로의 발전과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에너지기업 노바텍이 중국 프랑스 등의 합작투자로 개발을 시작한 야말 프로젝트는 시베리아 북극 지역인 야말반도에 건설한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으로, 지난해 12월8일(현지시간) 가동에 들어가면서 올해부터 러시아의 북극항로를 통한 LNG 수출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야말 LNG 공장' 가동식에 직접 참석해 축사를 통해서 “야말 LNG 공장 가동은 가스 채굴 및 액화 분야뿐 아니라 북극 개발과 북극 항로 개척이란 대규모 프로젝트에도 중요한 사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야말 반도 등 엄청난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극해 지역의 에너지 개발을 본격화하고 이를 북극항로를 통해 운반하고 유럽 아시아등의 물동량이 증가하면 북극항로는 매우 매력적인 노선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해 왔다.

야말 반도에서 생산한 액화천연가스(LNG)를 선적하고 처음으로 북극해 항로로 운항한 쇄빙 LNG 운반선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르호의 모습.
야말 반도에서 생산한 액화천연가스(LNG)를 선적하고 처음으로 북극해 항로로 운항한 쇄빙 LNG 운반선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르호의 모습.

당시 야말에서 생산된 LNG는 쇄빙기능을 갖춘 LNG선인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르(Christophe de Margerie)'호에 선적됐으며, 야말반도의 사베타(Sabetta)항에서 북극항로의 동서 방향(중국 등 아시아 그리고 북유럽 지역)으로 운송을 시작했다. 이 마르주르호 등 2014년 러시아가 발주한 쇄빙 LNG선 15척(총 48억 달러, 약 5조원 규모)은 모두 대우조선이 수주한 바 있다.

이에 앞서 2017년 8월 24일(현지시간) 영국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이 마르주르호는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를 출발해 북극 해상을 지나 충남 보령항에 19일 만에 도착했다. 소브콤플로트의 빌 스피어스 노바텍 대변인은 “과거에는 북극 항로가 여름에서 가을까지 4개월 정도만 이용됐고, 그나마도 쇄빙선의 호위가 필요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사베타항에서 북극권을 지나 유럽으로 가는 서부 항로는 1년 내내, 아시아쪽으로 가는 동부 항로는 7월부터 12월까지 쇄빙선의 도움 없이 항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야말 LNG 프로젝트는 북극항로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초, 일본의 미쓰이(Mitsui O.S.K. Lines)와 극동러 투자 및 수출을 관장하는 러시아 극동개발부와 북극항로의 지속적인 개발 협력에 관한 새로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쓰이 OSK사는 야말반도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운송하는 서비스 노선을 3월 말까지 운영하기 위해 자사 최초의 LNG 쇄빙선을 투입할 예정이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유럽을 잇는 최단 거리 지름길이다. 부산항에서 출항해 러시아 북동부 캄차카 반도·북극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경로인 데 종전 한국 해운의 유럽 `물류동맥`인 남방항로(부산~수에즈 운하~네덜란드 로테르담)가 24일인 반면 이 북극항로로는 14일이면 가능하다. 이동 경로가 8300㎞(2만1000㎞→1만2700㎞) 짧은 만큼 연료비 등도 절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극항로는 여전히 물동량 부족에다 유빙을 통과하기 위한 쇄빙선 이용 얼음이 녹는 일부 기간에만 항해가 가능한 문제 등으로 아직은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북극 통과라는 리스크 때문에 화물 발주처가 내켜하지 않는 데다 보험료도 비싸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정부가 쇄빙선 이용료를 포함해 요구하는 통행료 등으로 한국의 현대상선 등을 비롯해 중국 유럽 일본의 해운사들이 시범운항에 나섰지만 모두 단발성 그쳤다. 무엇보다도 홍성원 영산대 북극물류연구소장(해운항만경영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화물을 확보하는 것을 북극항로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화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극항로가 2030년이면 유빙 문제 없이 선박을 운항할 수 있게 되는 데다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발 등이 본격화되면서 상용화는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장 야말 LNG 프로젝트는 북극항로로 엄청난 물동량이 움직이는 게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야말 프로젝트의 본격화는 관련 사업으로 거론돼 온 석유제품의 저장, 블렌딩(석유제품 혼합) 등 부가가치 창출형 사업과 LNG벙커링(LNG를 연료로 하는 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것) 기지 구축 등 북극해 개발과 항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러시아는 이를 발판으로 북극항로 컨테이너 운항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단계적으로 정규 노선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중국도 2020년 북극항로 운항 상용화를 추진하는 등 적극 움직이고 있다. 중국 최대 선사 코스코는 이미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북극해 시험운항에 성공한 후 관련 운항 기술과 인력 확충에 나섰다.

■ 캄차카의 새로운 도약

세계 최대의 화산지대로 얼음과 불의 땅, 연어와 곰의 이미지가 고착된 캄차카도 북극해 항로의 길목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관광 산업 물류 등의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니콜레이 페긴 캄차카개발공사 사장은 캄차카의 주력 산업 분야로서 관광, 항만, 농업, 광산, 에너지 등을 들면서도, 특히 캄차카의 ’흥미로운’ 자연환경으로 인해 관광산업이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간 100만명 이상을 목표로 관광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현재 크루즈선 입항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해양수산개발원의 황진회 박사는 이에 대해 캄차카의 관광을 위한 러시아-한국 크루즈 합작선사를 설립한다면, 두나라 모두 크루즈 관광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페긴 사장은 또한 러시아가 북극항로 항만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거점 항만을 지정하고 적극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캄차카는 수산물 전용 터미널과 캄차트카 자유항 추진 사업의 일환으로 북극항로를 이용한 원활한 화물처리를 위한 화물전용 터미널 및 여객터미널 조성할 계획이며 연간 120만t의 화물처리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톡/강태호 선임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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