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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김영철 방미, 18년 전 조명록 방미와 어떻게 다를까

등록 2018-05-29 16:40수정 2018-05-30 09:50

2000년 이후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미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이뤄진 맥락 비슷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전달할지 주목
2000년 10월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난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2000년 10월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난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미국행 비행기를 예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0년 10월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민군 차수)의 미국행이 북-미 관계에 끼쳤던 영향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조 부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협의를 넘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예방,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전달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조 부위원장의 방미는 1998년 8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북-미 갈등과 1999년 5월 윌리엄 페리 대북조정관의 방북, 1999년 9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2000년 6월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정세 변화의 연장선 위에서 이뤄졌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가 올 들어 두 차례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맥락과 비슷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서열 2위인 조 부위원장의 방문은 미국과 전면적인 관계 개선을 협의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페리 대북조정관은 앞서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핵개발 계획 중지를 요구하고, 그 대가로 미국과의 외교관계 수립 및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역시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놓고 실무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미국과 깊은 대화가 예상된다.

조 부위원장은 10월9일 워싱턴에 도착했다. 페리 대북조정관의 안내를 받아 실리콘 밸리를 방문한 뒤였다. 조 부위원장은 군청색 정장을 한 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만났다. 이어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군복으로 갈아입고 백악관으로 클린턴 대통령을 찾아갔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의 서한을 전달했다. 북한과 미국의 의견 차이를 직접 만나 대화로써 조정하기 위해 클린턴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미국을 방문하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서한을 공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회담을 계속할 뜻이 있으면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쓰라고 주문한 바 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친서를 전달할 경우 그에 대한 답이 된다..

조 부위원장의 방미는 10월12일 ‘북-미 공동성명’으로 이어졌다. 두 나라는 공동성명에서 “쌍방은 그 어느 정부도 상대방에 대해 적대적 의사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앞으로 과거의 적대감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는 공약을 확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보장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다짐하고, 4자회담 등 여러가지 방도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견해를 같이 했다”고 밝혔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클린턴 대통령은 먼저 올브라이트 장관을 평양으로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01년 1월20일 전에 평양을 방문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올브라이트 장관은 조 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떠난지 11일 뒤 평양을 방문한다. 그가 평양에 도착한 날 저녁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종합운동장에서 10만명이 참석한 합창과 집단체조 공연을 펼쳤다. 그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대포동 미사일 발사장면을 묘사한 거대한 화면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것이 북한에서 발사한 최초의 위성이었다”며 “또한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 내 평양 방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격화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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